AI와 저작권,미국 저작권청 인정, 새로운 시대의 법적 변화

문학평론가 / 저작권관리사
이현우 교수
1. 서론: AI 창작물의 법적 지위 변화
미국 저작권청(USCO)이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방침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인간의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중요한 결정으로, 창작과 기술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법적, 윤리적 쟁점을 새롭게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USCO는 AI 단독으로 생성된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인정하고,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이번 방침이 발표된 배경과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AI 창작과 저작권 보호에 대한 글로벌 동향, 그리고 향후 법적 과제에 대해 분석해본다.
2. USCO의 새로운 저작권 보호 기준
USCO는 AI 생성 콘텐츠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기준을 제시했다.
1. 인간이 작성한 콘텐츠가 AI의 출력과 결합된 경우
인간이 작성한 텍스트, 음악, 이미지 등의 요소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통합된 경우, 창작자의 기여가 인정될 수 있다.
2. 인간이 AI가 만든 콘텐츠를 크게 수정하거나 배열한 경우
AI가 생성한 원본을 단순히 사용하기보다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편집하고 재구성한 경우 창작 기여도가 인정된다.
3. 인간의 기여가 충분히 표현적이고 창의적인 경우
AI의 출력을 기초로 하여, 인간이 독창적인 창작적 판단을 반영한 경우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
또한, USCO는 AI를 창작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곧 저작권 보호에서 제외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네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을 편집하는 경우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인간 창작자가 최종 표현을 결정하는 경우
AI가 창작 과정에서 조수 역할을 하는 경우
인간의 창작물이 최종 작품의 핵심 부분으로 남아 있는 경우
이는 AI가 단독으로 창작한 콘텐츠가 아닌, 인간이 창작의 주체가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기존 저작권 정책과의 차이점
이번 결정은 과거 USCO의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크리스 카슈타노바(Chris Kashtanova)**가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해 제작한 그래픽 노블 Dawn of the Zarya의 저작권을 처음 인정받았다가 이후 철회된 사건이 있다.
당시 USCO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며, 카슈타노바가 작성한 텍스트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인해, 같은 사례라도 인간의 편집 및 창작 기여가 인정된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슈타노바는 이번 발표에 대해 “AI도 창의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창작자의 기여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4.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국제적 논의와 전망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법적 이슈가 되고 있다.
1) 유럽연합(EU)
EU는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대해 개별 국가별로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 창작자의 기여가 명확해야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AI Act를 통해 AI의 사용 방식과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 일본
일본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법적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및 저작권 적용 범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 한국
한국에서도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법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는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인간 창작자의 기여도를 명확히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 향후 과제와 법적 쟁점
USCO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법적 과제가 많다.
1) 저작권 인정 기준의 명확화
현재 USCO의 기준은 인간의 기여가 포함된 경우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충분한 창의적 기여’의 정의가 모호하다. 향후 법적 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
2) AI 모델 훈련과 저작권 침해 문제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AI 모델 개발사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3) AI 창작물의 저작권 등록 절차
AI 생성 콘텐츠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저작권 등록 시스템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AI 콘텐츠 등록을 위한 새로운 법적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6. 결론: AI 시대, 창작과 저작권의 균형점 찾기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작과 저작권 보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의 이번 발표는 AI를 창작 도구로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창의적 기여를 중심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문제, 인간 창작자의 기여 기준 확립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법적 쟁점은 여전히 많다.
AI는 창작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방식이 법적·윤리적으로 정교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으며, 이번 USCO의 결정은 그러한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