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 뉴스] 이현우교수의 AI 전망대
“AI 모델 30개 시대, 축포는 끝났다… 이제는 ‘생존’을 증명할 시간”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대한민국 AI 산업계는 실로 놀라운 ‘양적 폭발’을 경험했습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힘입어 무려 30개가 넘는 국산 AI 모델이 세상에 빛을 보았습니다. 이는 5억 년 전 생명체가 급격히 다양해졌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비견될 만한 사건입니다. ‘AI 주권(Sovereign AI)’을 외치며 미국 빅테크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방파제를 쌓아 올린 우리 기업들과 정부의 노력에 먼저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학자로서, 그리고 냉철한 관찰자로서 저는 오늘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쓴소리를 먼저 하려 합니다. “30개의 모델 중, 과연 내년 이맘때까지 살아남아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모델은 몇 개나 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겸허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최근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4개국 언어권의 최신 AI 기술 동향을 웹 리서치하고 팩트체크해 본 결과, 세계 시장의 흐름은 이미 ‘모델 만들기’ 경쟁을 넘어선 지 오래였습니다. 우리가 ‘국산 모델 보유’ 자체에 안도하고 있는 사이, 글로벌 전선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2차 대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이제 단순한 챗봇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해 업무를 완결 짓는 ‘에이전트(Agentic) AI’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신 화두는 “얼마나 말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일을 끝까지 수행하는가”입니다. 반면, 중국은 알리바바의 ‘통의천원(Qwen)’과 ‘딥시크(DeepSeek)’ 등을 앞세워 ‘가격 파괴’와 ‘오픈소스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성능은 미국에 근접하면서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춘 중국산 모델들은 이미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또 다릅니다. 그들은 언어 모델 자체보다 이를 로봇에 심는 ‘피지컬 AI(Physical AI)’에 집중하며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유럽의 맹주 프랑스는 강력한 ‘규제 준수(Compliance)’를 무기로 공공 영역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4면 초가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30개 AI 군단’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저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융합’을 통한 생존 전략을 제안합니다.
첫째, ‘범용(General)의 환상’을 버리고 ‘특화(Vertical)의 실리’를 취해야 합니다. 구글이나 오픈AI와 정면 승부하여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자본력 싸움에서 승산이 낮습니다. 대신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의료, 콘텐츠 데이터와 결합한 ‘버티컬 AI’로 승부해야 합니다. 30개의 모델이 전부 똑같은 챗봇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모델은 법률 전문, 어떤 모델은 웹툰 창작 전문, 또 어떤 모델은 반도체 공정 제어 전문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 정책 또한 ‘모델 개발’에서 ‘실증 적용’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합니다.
둘째, ‘거대함’보다 ‘가벼움’에 주목해야 합니다. 올해 트렌드로 지목된 소형언어모델(sLM)과 온디바이스(On-Device) AI는 한국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삼성과 LG라는 세계적인 하드웨어 제조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돌아가는 경량화 모델 기술을 선점한다면, 그것이 곧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셋째, ‘내수’를 넘어 ‘전략적 수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내 시장은 좁습니다. 하지만 영어권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어 모델의 다국어 능력을 확장하여, 아직 AI 패권이 정해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아랍권 언어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또는 프랑스의 미스트랄처럼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들을 위한 폐쇄형(On-Premise) 모델 패키지를 수출 상품화하는 전략도 유효합니다.
마지막으로, ‘에이전트화’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사용자는 이제 “서울 날씨 알려줘”라고 묻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 서울 날씨 보고 여행 일정 짜고, 기차표 예매까지 해서 카톡으로 보내줘”를 원합니다. 우리의 30개 모델들이 단순한 ‘지식 검색기’에 머문다면 도태될 것입니다. 실제 행동(Action)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야만 비로소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가 됩니다.
2025년이 씨앗을 뿌린 해였다면, 2026년은 옥석을 가리고 튼튼한 나무를 키워내야 하는 해입니다. ‘국가대표 AI’라는 타이틀은 훈장이 아니라, 치열한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입니다. 정부는 마중물을 부었고, 기업은 배를 띄웠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정교한 나침반과 꺾이지 않는 항해술입니다. 우리 AI 모델들이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규제완화,기업은 전략적인 수익모델창출,국민들은 디지털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AI 적극 활용하여 세계인의 손끝에서 숨 쉬는 기술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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