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딥씨크 위기, 패권 경쟁의 새로운 국면
미·중 AI 모델 비교 평가와 국가 안보 딜레마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기술 경쟁을 넘어선 전략적 대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AI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 주권, 기술 표준 등 다층적 차원에서 전개되며 21세기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AI 안전 혁신 센터(CAISI)가 발표한 OpenAI, Anthropic, DeepSeek 모델에 대한 종합 평가 결과는 양국 간 AI 역량의 실질적 격차와 전략적 함의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CAISI의 평가는 19개 공개 및 비공개 지표를 활용하여 AI 모델의 성능, 안전성, 정치적 중립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검열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한 맞춤형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AI 모델이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 특정 국가의 가치와 이념을 반영하고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구체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다. AgentDojo와 같은 적대적 대응 능력 평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및 사이버 보안 작업 평가는 AI 시스템이 실제 활용 환경에서 직면할 다양한 위험 요소를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능 격차와 보안 취약성의 심각한 함의
평가 결과 OpenAI와 Anthropic 모델은 모든 벤치마크에서 DeepSeek를 앞섰으며,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20~80%의 상당한 성능 차이를 보였다. 더욱 주목할 점은 미국 모델이 성능 우위와 함께 운영 비용도 약 35%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시스템은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지만, 미국 모델은 모델 아키텍처 최적화, 추론 효율성,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등 다층적 기술 혁신을 통해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러한 비용 효율성은 시장에서 미국 모델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결정적 요인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의 성능 우위는 개발자 생산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혁신 속도와 경쟁력을 좌우한다. 복잡한 시스템 설계나 대규모 코드베이스 분석 능력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핵심적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AI 플랫폼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의 격차는 더욱 심각한 전략적 함의를 갖는다. AI 모델의 취약점 식별, 공격 패턴 분석, 보안 대응 전략 수립 능력은 국가 및 기업 사이버 방어 체계의 핵심 요소이며, 이 분야에서의 미국 우위는 사이버 안보의 비대칭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반면 DeepSeek 모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킹과 탈옥에 대한 취약성이다. 탈옥은 AI 모델의 안전 장치를 우회하여 의도되지 않거나 유해한 출력을 생성하도록 만드는 기법으로, 악의적 사용자가 모델을 조작하여 유해 콘텐츠 생성, 민감 정보 유출, 잘못된 정보 확산에 악용할 수 있다. 이는 금융, 의료, 국방과 같은 고위험 분야에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탈옥된 AI 모델은 악성 코드 생성, 피싱 공격, 소셜 엔지니어링 등에 무기화될 수 있다. DeepSeek의 의도치 않은 행동 가능성은 AI 정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이는 개발 과정의 안전 문화, 테스팅 프로세스, 리스크 관리 체계 등 종합적 거버넌스의 차이를 반영한다.
정치적 편향성과 국가 안보 위험
CAISI 평가의 가장 논란적이면서도 중요한 발견은 DeepSeek 모델이 중국 정부의 검열과 정책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중국 국익에 부합하는 답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R1-0528 모델은 중국어 테스트에서 중국 국가 정책과 25.7%의 일치도를 보였다. 이러한 편향성은 여러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정보 왜곡과 역사적 사실의 은폐 가능성이다. 천안문 사건, 티베트, 신장 위구르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산당 입장만을 제시한다면 정보 접근의 자유를 침해하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한다. AI 모델이 교육 도구나 정보 검색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이는 대중의 인식과 사고방식에 체계적 영향을 미친다. 둘째,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탐구의 제약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거나 일방적 시각만을 제시하면 지식 생산과 비판적 사고의 근간이 훼손된다. 셋째, 글로벌 정보 생태계의 분열이다. 중국산과 서구산 AI 모델이 동일한 질문에 상반된 답변을 제공하면 정보의 발칸화가 초래되고, 사용자들은 플랫폼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현실 인식을 갖게 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편향성이 명시적이지 않고 미묘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직접적 검열이 아니라 특정 정보를 덜 강조하거나, 맥락을 선택적으로 제공하거나, 언어적 뉘앙스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편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은밀한 조작은 사용자가 인지하기 어렵다.
CAISI가 “DeepSeek 사용은 개발자, 소비자, 미국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AI가 국가 안보의 핵심 변수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주권과 정보 유출 위험이 현실적이다. 민감한 정보를 DeepSeek에 입력하면 중국 서버로 전송되거나 중국 정부가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저장될 수 있다. 중국 국가정보법은 기업들에게 정보기관 협력 의무를 부과하므로 이는 법적, 제도적 현실이다. 또한 AI가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되면 공급망 의존성이 높아지고, 지정학적 긴장 시 서비스 차단은 심각한 운영 중단을 초래한다. 더 나아가 AI 모델의 편향성은 사회 전체의 인식과 담론을 형성하며, 특히 AI 생성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서 대규모 확산될 경우 정교한 정보 작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위험에도 DeepSeek는 계속 채택되고 있다”는 지적은 시장 역학과 안보 고려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비용, 특정 시장 최적화, 기존 시스템 호환성 등이 채택 이유이며, 특히 중국 시장 진출 기업에게는 규제 준수나 현지화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복잡한 딜레마를 제시한다.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을 보호하되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아야 하며, 이러한 균형 찾기는 AI 시대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다.
결론
기술 주권과 가치 경쟁의 미래
CAISI의 평가는 단순한 기술 비교를 넘어 21세기 기술 패권 경쟁의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다. 미국 모델의 성능 우위와 비용 효율성은 기술적 선도를 보여주지만, DeepSeek의 지속적 채택은 기술 경쟁이 순수하게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정치적 편향성과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는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특정 가치와 이념을 체현하고 전파하는 매개체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 사회에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AI 모델의 투명성과 감사 가능성을 높이는 국제적 표준이 필요하다. 학습 데이터, 정렬 프로세스, 편향성 테스트 결과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독립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둘째, 다원적 AI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소수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취약점을 만들므로, 다양한 지역과 이념적 배경을 가진 AI 개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AI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AI 도구의 한계와 편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CAISI의 평가가 던지는 질문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철학적이고 정치적이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AI를 원하는가? 효율성과 성능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투명성과 민주적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글로벌 통합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 주권을 강화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단일하지 않을 것이며, 각 사회와 국가는 자신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경로를 선택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택이 충분한 정보와 공개적 논의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CAISI의 평가는 그러한 논의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