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구글, ‘제미나이’에 메모리 기능 도입…AI 개인화 경쟁 본격화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2025년 8월 14일, 구글이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제미나이(Gemini)’에 ‘메모리’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사용자의 과거 대화를 기억하고 그 맥락과 선호를 반영해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는 ‘퍼스널 컨텍스트(Personal Context)’ 기능의 전면 적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글은 이를 통해 ‘사용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AI 비서’로의 진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오픈AI, 앤트로픽, xAI 등 경쟁사들이 이미 도입한 메모리·개인화 기능에 대한 대응이자, 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퍼스널 컨텍스트’는 사용자가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아도 과거 대화의 핵심 정보와 개인적 선호를 자동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과거에 제미나이를 통해 일본 문화를 주제로 유튜브 채널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이후 영상 아이디어를 다시 요청했을 때 일본 음식 체험 콘텐츠를 제안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문맥과 주제, 사용자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더 관련성 높은 제안을 내놓는 고도화된 개인화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선호 사항을 기억하는 기능을 도입했고, 올해 2월에는 이전 대화를 반영해 더욱 맥락 있는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번 발표는 그 범위와 활용도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제미나이 2.5 프로’에서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한 뒤, 몇 주 안에 ‘제미나이 2.5 플래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원치 않으면 설정에서 끌 수 있다. ‘퍼스널 컨텍스트’ 메뉴의 ‘제미나이와 과거 대화(Your past chats with Gemini)’ 옵션을 비활성화하면 메모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오픈AI나 앤트로픽과 달리, 구글은 개별 선호 항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구글이 사용자 편의성과 데이터 통제권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구글은 기존의 ‘제미나이 앱 활동(Gemini Apps Activity)’ 명칭을 ‘활동 저장(Keep Activity)’로 변경했다. 또, 사용자가 업로드한 파일과 사진 샘플을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원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로 전환해 데이터 활용을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또 다른 특징은 ‘임시 대화(Temporary Chats)’ 기능의 도입이다. 이 모드는 일회성 대화로, 기록이 최대 72시간만 보관되고 활동 기록에 저장되지 않는다. 또한 개인화 기능에도 반영되지 않아, 민감한 질문이나 비밀스러운 주제를 안전하게 논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이전 대화와의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으며, 데이터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건강 상담, 법률 자문, 재정 계획 등 민감한 영역에서 이 기능은 상당한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AI 업계의 개인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는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전략으로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있고, 앤트로픽은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시점에만 메모리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구글은 자사 생태계 전반—검색, 유튜브, 지도, 지메일—과 제미나이를 결합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 전반을 반영하는 초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려는 구상을 내비친다. 단순한 대화 기록의 저장을 넘어, 일정 관리, 정보 추천, 콘텐츠 제작 지원 등 다방면에 걸친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구글의 ‘제미나이’ 메모리 기능은 AI 비서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사용자의 디지털 삶을 함께 설계하는 ‘개인화 파트너’로 진화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앞으로는 개인화의 효율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 그리고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이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변화가 사용자들에게 편의성과 신뢰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시장에서 구글이 다시금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사용자 반응과 시장에 달렸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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