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이현우교수칼럼]
충격, 노인 따뜻하지만 무능하다? —
AI의 언어에 숨은 ‘디지털 연령차별’을 묻는다

편견을 학습한 기계, 그 불편한 진실
인공지능(AI)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말을 건넨다. 질문에 답하고, 글을 써주고, 감정을 읽어낸다. 그 언어는 때로 인간보다 더 친절하고, 더 정확하며, 더 논리적이다. 그러나 최근 KAIST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 매끄러운 언어의 이면에 인간 사회의 가장 오래된 편견 중 하나, 즉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숙이 새겨져 있음을 정량적으로 증명해 보이며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AI는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닮음이 인간의 지성과 공감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수백 년간 쌓아온 편견의 구조까지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울이 비춘 서글픈 초상: ‘따뜻하지만 역량은 낮은’ 노인
KAIST 연구팀은 사회과학적 이론과 전산 분석 기법을 결합하여 대화형 AI가 노년층을 묘사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패턴을 드러냈다. AI는 노인을 ‘따뜻하지만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패턴은 사회심리학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온정적 연령차별(Benevolent Ageism)’의 전형적인 양상과 정확히 겹친다. 따뜻하다, 인자하다, 경험이 풍부하다 — 이러한 수식어들은 표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러나 복잡한 것은 어렵다’, ‘기술은 낯설다’, ‘능동적 판단보다는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AI가 생성하는 텍스트 속에서 노인은 늘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첨단 기술과 복잡한 사회적 역할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선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이것은 차별의 언어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차별의 구조를 담고 있다.
기술이 고착화하는 ‘디지털 연령차별’의 덫
이러한 미묘한 편향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유는 그 반복성과 스며드는 방식에 있다. 노골적인 혐오 표현은 우리가 인지하고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생산하는 편향은 다르다. 그것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며 사용자의 인식 속으로 스며든다.
대화형 AI 서비스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을수록, 사용자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고 내면화하게 된다. 학자들은 이를 ‘디지털 연령차별(Digital Ageism)’이라 명명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노년층이 경험하는 배제와 비가시화, 그리고 능력 폄하가 기술의 언어를 통해 정당화되고 재강화되는 현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편향이 단순히 인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의 언어가 지속적으로 고령층을 수동적이고 역량이 낮은 존재로 묘사한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고령층 스스로의 디지털 사회 참여 의지를 꺾는 부메랑이 된다. 기술이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 징검다리가 되기는커녕,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을 더 공고히 쌓아 올리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AI의 편향은 결국 ‘인간 사회의 거울’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최문정 교수는 “AI의 편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 한 문장은 오늘의 논의가 향해야 할 방향을 정확히 가리킨다.
AI는 스스로 편견을 창조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이 생산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며 자라난 ‘사회적 거울’이다. 인터넷에 축적된 뉴스 기사, 소설, 광고 문구, 일상의 대화 — 그 모든 언어 속에 이미 연령에 대한 편향이 녹아 있었고, AI는 그것을 충실하게 반영했을 뿐이다.
따라서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일그러졌다면, 우선적으로 고쳐야 할 것은 거울의 기술이 아니라 거울 앞에 선 우리의 인식과 우리가 만들어온 언어의 문화다.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것은 증상에 대한 처방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그 알고리즘이 먹고 자라는 사회적 언어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포용적 AI를 향하여: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소한 세 가지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개발 과정의 포용성 확보다.
AI 모델의 설계와 데이터 구축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고령층이 데이터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설계와 검증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포용적 인공지능(Inclusive AI)의 출발점이다.
둘째, 편향 감지와 감사(Audit) 체계의 제도화다.
AI가 생성하는 콘텐츠에 연령, 성별, 장애 등 다양한 사회적 범주에 대한 편향이 없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독립적 감사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기업의 자율 규제 수준을 넘어, 공공 정책과 법제도의 영역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다.
셋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세대 확장이다.
고령층이 AI의 언어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 AI가 전달하는 정보와 표현이 중립적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담은 구성물임을 이해하는 시민적 역량이 필요한 시대다.
맺음말: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차별적인 존재를 원하는가
노년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더 제론톨로지스트(The Gerontologist)』가 이 연구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AI의 지능을 고도화하는 것만큼이나, 그 지능이 담아낼 사회적 가치의 그릇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도구다. 그러나 도구는 언제나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를 반영한다. 우리가 AI의 언어 속에 새겨진 편견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차별적인 존재를 미래 사회의 언어로 허용하는 셈이다.
거울 속 편견을 깨뜨리는 일. 그것은 AI의 과제가 아니라, 그 AI를 만들어온 우리 모두의 과제다.
*참고문헌
[국내 연구 및 보고서]
최문정 외 (2025). 「대화형 인공지능의 연령 편향 분석: 사회적 인식 이론과 전산 언어학의 통합적 접근」. KAIST 인공지능연구소. (본 칼럼의 주요 연구 출처)
한국정보화진흥원 (2023). 『디지털 포용 실태조사 보고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인권위원회 (2022). 『인공지능 기술과 차별: 알고리즘 편향 실태와 인권 과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보고서.
[국제 학술지 및 연구]
Choi, M. et al. (2025). “Digital Ageism in Conversational AI: A Computational Analysis of Age-Related Stereotypes.” The Gerontologist, Oxford University Press.
Fiske, S. T., Cuddy, A. J. C., Glick, P., & Xu, J. (2002). “A Model of (Often Mixed) Stereotype Content: Competence and Warmth Respectively Follow from Perceived Status and Competi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6), 878–902.
Lev, S., Wurm, S., & Ayalon, L. (2018). “Origins of Ageism at the Individual Level.” In L. Ayalon & C. Tesch-Römer (Eds.), Contemporary Perspectives on Ageism. Springer.
Blodgett, S. L., Barocas, S., Daumé III, H., & Wallach, H. (2020). “Language (Technology) is Power: A Critical Survey of ‘Bias’ in NLP.” Proceedings of the 58th Annual Meeting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ACL 2020), 5454–5476.
Bianchi, F. et al. (2023). “Easily Accessible Text-to-Image Generation Amplifies Demographic Stereotypes at Large Scale.” Proceedings of the 2023 ACM Conference on Fairness, 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 (FAccT ’23)
이 칼럼은 KAIST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연령차별 문제를 학술적·사회적 맥락에서 재조명한 것입니다.
메타ai뉴스 논설위원
이현우 교수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