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데이터 만리장성을 허물려는 미국의 ‘AI 불도저’ 외교: 혁신인가, 독점인가?

메타ai뉴스 이현우교수 칼럼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
사)미래창조융합협회 이현우 교수

데이터 현지화라는 거대한 장벽과 미국의 선전포고

    최근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주재 외교관들에게 하달한 비밀 지침은 단순한 통상 압박을 넘어선 ‘디지털 패권의 재정의’**를 의미합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발송된 이번 전문은 해외 각국이 세우고 있는 ‘데이터 주권’이라는 성벽을 정면으로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외교가 영토와 자원을 두고 다텼다면, 2026년의 외교는 인공지능(AI)의 혈액이라 불리는 ‘데이터’의 흐름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데이터 현지화 정책이 글로벌 데이터 흐름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판단하여 전면적인 ‘데이터 개방’ 공세를 공식화했습니다.

    GDPR이라는 방패와 AI 학습권이라는 창의 충돌
    유럽연합(EU)이 2018년 야심 차게 도입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은 지난 수년간 전 세계 개인정보 보호의 표준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이 규정은 미국 기업들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는 ‘규제의 덫’이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AI 모델에 심각한 제동을 거는 ‘기술적 족쇄’로 변모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GDPR이 표방하는 가치 이면에 ‘유럽 시장 보호주의’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업에 있어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결정짓는 핵심 원자재입니다. 국무부 전문이 GDPR을 “불필요하게 과도한 제한”으로 규정한 것은, 이제 미국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보다 ‘AI 학습의 자유’라는 실리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

    중국의 데이터 통제 모델과 미국의 전략적 견제
    미국이 데이터 규제 반대를 공식화한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중국의 급부상입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데이터 해외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동시에, 해외 서비스로부터 취득한 데이터를 본토로 집결시키는 이른바 ‘데이터 만리장성’ 정책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는 국가 감시 체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생태계 내에서 중국 AI 기업들만이 독점적으로 데이터를 향유하게 함으로써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게 합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식 모델이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국경 간 개인정보보호 규범(CBPR) 체제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중심의 폐쇄적 데이터 블록’에 맞서 ‘미국 중심의 개방형 데이터 동맹’을 구축하려는 지정학적 포석입니다.

    결론: 한국의 선택과 디지털 주권의 새로운 정의
    미국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대한 도전 과제를 던져줍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자 CBPR의 주요 멤버인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독자적 AI 생태계를 보유한 국가입니다. 미국의 ‘데이터 개방’ 압박은 우리 빅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사용자들의 민감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국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보호’냐 ‘개방’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안전한 데이터 유동성(Secure Data Fluidity)’을 확보할 수 있는 정교한 법적·기술적 방어 기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데이터는 이제 국가의 안보이자 국부입니다. 미국의 불도저식 외교 속에서 우리는 자국민의 권익을 지키면서도 AI 혁신의 파도를 탈 수 있는 가장 영리한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