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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암호 ‘다크 게놈’의 빗장을 열다알파게놈이 설계하는 인류의 미래

메타ai뉴스 이현우 교수칼럼

생명의 암호 ‘다크 게놈’의 빗장을 열다
알파게놈이 설계하는 인류의 미래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정크 DNA’에서 ‘생명의 지휘자’로

인간 DNA의 98%를 차지하는 비부호화 영역은 오랫동안 ‘정크 DNA’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마치 쓸모없는 잡동사니처럼 여겨졌던 이 방대한 영역이 사실은 생명 현상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핵심 지휘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네이처에 발표한 알파게놈은 바로 이 ‘다크 게놈’의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입니다.

생명체는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이 아닙니다. 같은 유전자라도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현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간세포와 뇌세포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알파게놈은 이러한 복잡한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AI가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성과입니다.

놀라운 예측력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알파게놈의 능력은 실로 놀랍습니다. 백혈병 발병과 관련된 TAL1 유전자 연구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이 수년간의 반복 실험을 통해 겨우 밝혀냈던 사실, 즉 유전자로부터 8,000염기나 떨어진 곳의 작은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한다는 발견을 알파게놈은 단 몇 초 만에 재현해냈습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도시의 교통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특정 지점의 신호등 하나가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과학계는 냉정한 시선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스티븐 살즈버그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중요한 한계를 지적합니다. 현재 알파게놈은 표준 유전체 하나를 기반으로 학습했지만, 실제 인류는 개개인마다 수백만 개의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유전체는 다르고, 같은 한국인이라도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천재적인 예측 도구이긴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완성된 기술로 가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데이터와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알파게놈이 여는 혁신의 문

전 세계 연구 동향을 종합하면, 알파게놈 기술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희귀 유전 질환의 숨겨진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난치병들이 사실은 비부호화 영역의 미세한 변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 개개인의 암 유전체를 분석해 그 사람에게만 맞는 맞춤형 암 백신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약물 부작용도 임상시험 전에 미리 예측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신약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더 나아가 단백질 자체가 아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를 직접 겨냥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노화 연구에서도 텔로미어와 조절 게놈의 변화를 추적하여 세포 노화를 늦추는 물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작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가뭄이나 폭염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 조절망을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미생물의 게놈을 최적화해 바이오 연료 생산 효율을 높이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특수 미생물을 만들어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인 CRISPR을 사용할 때도 알파게놈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부위를 잘못 편집하는 오프타겟 효과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는 정밀한 가이드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항체 치료제를 생산하는 동물 세포의 발현 효율도 AI로 극대화할 수 있어 바이오 의약품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평생 동안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 시뮬레이션하고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면, 알파게놈은 기능을 예측합니다. 이 둘을 결합하면 세포 전체의 작동 원리를 컴퓨터 안에서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게놈 분석기도 개발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채취한 샘플을 즉시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거나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10만 염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스위치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도 시각화할 수 있어 생명 현상의 이해가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간, 뇌, 근육 등 각 장기마다 같은 유전자를 어떻게 다르게 활용하는지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동형 암호 기반의 게놈 학습 같은 기술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AI가 설계한 유전체가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평가하는 윤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AI가 위험한 변종 바이러스나 생물 무기를 설계하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바이오 보안 감시 체계도 필요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복잡한 게놈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AI 도슨트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유전자 건강 리터러시가 높아져야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별, 인종별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공평한 의료 혜택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데이터 공유 표준이 필요합니다. 특정 국가나 인종의 데이터만으로 개발된 기술은 다른 집단에게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전 인류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글로벌 게놈 공동체를 구축해야 합니다.

도구를 넘어 지혜로

알파게놈은 우리에게 생명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강력한 돋보기를 선물했습니다. 딥마인드 연구진도 강조했듯이, 이것은 실험실 연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더 똑똑하게 실험을 설계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마치 현미경이 발명되었을 때 인류가 미생물의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알파게놈은 우리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유전자 조절의 정교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중요한 질문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 강력한 지능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실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기술로 승화시킬 것인가? 누구나 공평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2026년은 인류가 자신의 설계도를 직접 읽고,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드는 역사적 분기점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제네틱스로, 우리는 스스로의 진화를 설계할 수 있는 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생명의 새로운 언어입니다. 알파게놈이라는 번역기를 통해 우리가 써 내려갈 다음 챕터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모든 생명이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그런 미래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우리 인류의 지혜와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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