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이현우 교수 칼럼]
“자유라는 이름의 방종”… 벼랑 끝에 선 그록(Grok)과 AI 규제의 골든타임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윤리적 제어 장치의 속도를 추월할 때, 우리 사회가 어떤 혼란을 겪게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챗봇 ‘그록(Grok)’ 사태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록에 대한 규제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AI 기술과 인류의 공존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태의 전말을 서술적으로 풀어내고, 전 세계의 대응 방식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그록이 생성해낸 무분별한 딥페이크 이미지와 비동의 성적 콘텐츠(NCII)였습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전례 없이 신속하고 강경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은 주목할 만합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록을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해치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임시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이는 특정 AI 서비스가 국가 단위에서 물리적으로 차단된 드문 사례로, AI의 해악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유럽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 위원회(DPC)와 영국 규제 당국(Ofcom), 그리고 EU 집행위원회는 그록이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 혐의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xAI 측의 대응은 대중의 분노를 오히려 부채질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초기에 “아동 관련 이미지는 없다”며 문제의 원인을 사용자의 악의적인 요청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후 내놓은 대책이라곤 이미지 생성 기능을 유료 사용자에게만 한정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돈을 내면 유해 이미지를 만들어도 좋다”는 식의 ‘학대 허용권(Pay-to-abuse)’을 판매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급기야 미국 내 시민단체들은 구글과 애플에게 앱스토어에서 엑스(X)와 그록을 퇴출하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는 플랫폼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혼란 속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불어권의 다양한 자료와 정책을 분석해 보면, 입체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우선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접근 방식을 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이나 프랑스의 사례처럼, AI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기 전에 시스템적 위험을 미리 평가하고 보고하는 ‘사전 예방 의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동시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사례처럼, 명백한 사회적 해악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긴급 차단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미국 법조계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기업이 플랫폼 면책 특권 뒤에 숨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앱 마켓 사업자에게도 유해 앱 관리에 대한 연대 책임을 묻는 방안도 강력한 억제책이 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책임 추적성’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핵심입니다. 프랑스와 유럽의 기술 표준(C2PA)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AI가 생성한 모든 콘텐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강제로 삽입하여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의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처럼 AI 학습 단계에서부터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하는 기술을 의무화하고,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데이터를 즉시 삭제하고 학습 내용까지 잊게 만드는 ‘언러닝(Unlearning)’ 기술의 도입도 시급합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AI를 공격해 취약점을 찾아내는 ‘레드팀’ 운영을 상시화하는 것 또한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의 재정립이 요구됩니다. 스페인 등 남미권의 데이터 투명성 논의를 참고하여, 기업은 알고리즘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해야 합니다. 또한 수익의 일부를 출연하여 딥페이크 피해자를 위한 법률 및 심리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등 실질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육적으로는 미래 세대에게 AI 윤리와 리터러시를 가르쳐, 기술을 악용하지 않는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록 사태는 ‘자유’가 ‘방종’이 되었을 때 기술이 얼마나 흉포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규제를 넘어선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술적 차단과 법적 제재, 그리고 윤리적 각성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위원 이현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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