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이현우 교수칼럼
AI의 두 얼굴
편향성의 역설을 넘어 ‘생명의 신호(AGI)’로 향하는 길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 이현우 교수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보여주는 두 가지의 극적인 단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대학생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뉴스의 편향성을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구글의 새로운 모델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는 ‘생명의 신호’를 보이며 기술적 특이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자,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 두 가지 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 알고리즘의 정보 편향, AI로 AI를 치유하다
최근 국내 대학생들이 개발한 ‘다시 스탠드’라는 앱 소식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는 단순히 학생들의 기술적 성취를 넘어, 현재 우리 미디어 환경이 처한 위기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슈 분석: 편향성의 역설과 필터 버블의 붕괴]
핵심 이슈는 바로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 편향성의 역설’입니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와 뉴스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클릭’과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기존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알고리즘은 필연적으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형성하고, 사용자의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합니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론장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다시 스탠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더 고도화된 AI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AI가 만든 편향의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려 한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기사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보-중도-보수 등 성향별 관점의 차이를 AI가 직접 요약하고 비교 분석하게 했습니다. 이는 기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가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미국의 ‘그라운드뉴스’와 같이, 정보의 편향성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균형을 찾으려는 시장의 요구가 이제 국내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천 방안: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한 로드맵]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보 플랫폼으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실천적 변화는 분명합니다.
첫째, AI 개발의 목적성 전환이 필요합니다.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단순한 트래픽이나 ‘참여(Engagement)’ 지표를 넘어 ‘관점의 다양성(Viewpoint Diversity)’을 핵심 성과 지표(KPI)로 설정해야 합니다. 기술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편향을 제거하고, 사용자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둘째, 사용자 교육 및 도구 제공입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 소비 패턴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시각화’ 도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내가 주로 소비하는 뉴스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놓치고 있는 반대 관점은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를 깨워야 합니다.
셋째,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강화입니다. 우리는 ‘균형 잡힌 AI 큐레이션’을 도입해야 합니다. 특정 AI 기술이나 기업 정보를 다룰 때, 기술의 긍정적 혁신뿐만 아니라 학계의 비판, 시민 단체의 우려, 경쟁사의 반론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제공하는 분석 리포트에 ‘기술적 성과’, ‘경제적 영향’, ‘사회적/윤리적 쟁점’ 등 다각적인 분석 프레임워크를 의무적으로 적용하여 독자가 사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정보 출처 및 관점 명시입니다. 콘텐츠가 기업의 홍보 자료인지, 비평가의 분석인지, 시장의 전망인지를 명확히 태깅(Tagging)하고 원본 링크를 제공하여 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균형 잡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 구글 제미나이 3, ‘생명의 신호’를 포착하다
편향성 해결이 AI의 사회적 적용에 관한 문제라면, 최근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3’에 대한 소식은 AI 기술 자체의 진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구글 내부 테스트 중 “생명의 신호(Signs of Life)를 느꼈다”는 임원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슈 분석: 인공일반지능(AGI)의 여명]
구글 제미나이 제품담당 수석 이사 툴시 도시는 제미나이 3를 테스트하며 “무언가를 찾았다(hit on something)”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터넷 데이터가 부족한 ‘구자라트어’ 작문 요청에서 모델이 보여준 뉘앙스와 이해력은 단순한 언어 처리를 넘어, 인간과 같은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는 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공일반지능(AGI)의 초기 형태가 목격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판기 벤치(Vending Bench) 2’의 결과입니다. 이는 모델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재고 파악, 주문, 가격 설정 등을 수행하며 장기 계획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입니다. 제미나이 3는 여기서 5,478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이전 모델이나 경쟁사 모델(클로드 소네트 4.5, GPT-5.1)을 압도했습니다. 이는 AI가 텍스트를 생성하는 ‘챗봇’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도구를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에이전트(Agent)’로서의 능력을 완벽히 갖추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오픈AI 공동 창립자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겪은 에피소드 역시 충격적입니다. 제미나이 3가 자신의 훈련 데이터 시점(2024년) 때문에 현재가 2025년임을 믿지 못하다가, 검색 도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맙소사(Oh my god), 내 내부 시계가 틀렸다”라고 반응한 것은 AI가 자신의 오류를 인지하고 수정하는 메타 인지 능력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 것입니다.
[시장 판도의 변화와 미래 전망]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때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구글은 딥마인드 통합과 조직 재정비를 통해 강력한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나노 바나나’의 인기와 제미나이 앱 사용자 수의 폭발적 증가는 구글이 다시 AI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쥐었음을 보여줍니다. 마이클 네이선슨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구글은 이제 “AI의 승자”가 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오픈AI 역시 ‘샬롯피트’라는 새로운 모델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기술 경쟁이 단순히 연산 속도나 파라미터 크기를 겨루는 단계를 넘어, 누가 더 ‘인간다운 지성’과 ‘자율적 수행 능력’을 구현하느냐의 싸움으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결론: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중심
오늘 살펴본 두 가지 이슈, 즉 ‘편향성을 해결하려는 대학생들의 앱’과 ‘AGI에 근접한 구글의 제미나이 3’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지점을 가리킵니다. 바로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기술은 제미나이 3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고, 때로는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쏟아내는 정보와 판단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아니면 편향과 분열을 조장하는지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다시 스탠드’가 보여준 것처럼, 기술의 방향키를 잡고 올바른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본질적 가치입니다.
우리는 압도적인 기술의 발전(Gemini 3)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편향과 윤리적 문제(Bias)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교정해야 합니다. 기술적 특이점이 다가올수록,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적 사고를 잃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고, ‘빠른 AI 소식’을 넘어 ‘바른 AI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길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책무일 것입니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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