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이현우 교수칼럼
네이버의 미래 전략
‘검색’을 넘어 ‘실행’으로, 통합 에이전트 ‘N’이
그리는 새로운 표준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단25(DAN25)’와 네이버의 새로운 비전 선포
지난 11월 6일, 네이버는 ‘단25(DAN25)’ 행사를 통해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이어질 주요 기술 및 비즈니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 행사는 네이버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온서비스 AI’ 적용이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술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지난해 ‘단24’에서 강조했던 전략이 성공적인 결실을 보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바로 ‘실행(Execution)’까지 돕는 진정한 의미의 AI 비서, ‘에이전트 N(Agent N)’이다. 최수연 대표의 발표는 네이버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검색 포털이 아닌, 사용자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통합 에이전트’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5일 실적 발표에서 분기 매출 최초 3조 원 돌파라는 성과를 거둔 네이버가, 이제는 AI 에이전트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의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려 하고 있다.
전략적 전환 – ‘검색(Search)’에서 ‘수행(Execution)’으로
네이버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범준 네이버 COO는 “기존까지 네이버의 정체성이 ‘검색’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수행’해준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는 네이버가 사용자에게 정보를 나열해주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최종적인 행동까지 완결 짓도록 돕는 능동적인 조력자로 진화함을 뜻한다.
이러한 ‘에이전트 N’의 모습은 올해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사용자에게 노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함께 제시되었다. 네이버는 내년 봄, 네이버플러스스토어 내부에 특화된 ‘쇼핑 에이전트’를 우선 선보인다. 이는 AI가 사용자의 쇼핑 경험을 더욱 개인화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후 내년 여름에는 ‘AI 탭’을 새롭게 론칭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 전반에 걸쳐 AI 에이전트가 깊숙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하며, 사용자가 물어본 것에 단순 답변을 내놓는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어, 다음 단계의 ‘실행 옵션’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임을 예고한다.
‘에이전트 N’의 구체적 사용자 경험과 작동 예시
‘에이전트 N’이 가져올 변화는 구체적인 사용 예시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가령, 한 사용자가 “런닝 초보에게 맞는 코스”라고 검색했을 때, 기존의 검색 엔진은 관련 블로그나 지도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에이전트 N’은 다르다.
먼저, AI는 사용자의 기존 이력(검색, 쇼핑, 지도 사용 등)과 질문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초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여, 단순히 코스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런닝 준비 용품’ 구매를 제안하거나, 사용자의 ‘집 주변 런닝 코스 추천’과 같이 고도로 개인화된 옵션을 함께 제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실행’을 선택할 경우, 에이전트는 즉각적으로 다음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런닝에 필요한 ‘바람막이’ 옵션을 클릭하면, 에이전트는 네이버 쇼핑과 즉시 연계하여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 추천 목록을 보여준다. 심지어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AI 피팅’ 기능까지 제공하며, 사용자가 ‘런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정보 검색에서 시작해 쇼핑, 예약, 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이버의 독보적 경쟁력 – 생태계와 기술, 그리고 데이터
네이버가 이처럼 강력한 ‘실행형’ 에이전트를 자신하는 데에는 그들이 보유한 독보적인 ‘서비스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을 중심으로 블로그, 쇼핑, 지도, 플레이스(예약), 페이(결제) 등 사용자의 일상과 밀접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통해 외부 API를 호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타사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쇼핑 이력, 지도 검색 기록, 블로그 관심사 등을 종합해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네이버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하며 ‘옴니모달(Omnimodal)’ 기술을 강조해왔다. ‘에이전트 N’ 역시 사용자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해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다각적인 데이터 수집과 방대한 내부 서비스 연동이 바로 네이버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신뢰성 확보 과제와 미래 비전 – “에이전트의 표준이 될 것”
AI 에이전트의 성능은 결국 ‘데이터의 질’에 달려있다. 네이버는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범준 COO는 네이버플레이스를 예로 들며, “실제로 예약을 진행했거나 식당 영수증을 소유한 사람들만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AI 생성 데이터나 허위 정보가 에이전트의 성능을 저하하고 사용자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출시 시기 지연에 대해서는 “성능 극대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특히 개인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소형언어모델(sLM)이 필수적이며, 적정한 규모의 모델로 원하는 성능을 얻어내기 위해 모델 자체 구축, 강화 학습(RL), 미세조정(Fine-tuning) 등 고도의 기술적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김범준 COO는 “결국 에이전트란 적재적소에서 사용자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네이버가 가진 생태계와 데이터의 강점을 활용한 ‘에이전트 N’이 “업계 에이전트의 표준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불어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언급한 “엔비디아 GPU 6만 장 구매도 충분하지 않다”는 발언은, 네이버가 이번 AI 에이전트 개발에 얼마나 막대한 자원과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편집위원 이현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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