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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여는 ‘일회용 앱’의 시대코딩의 종말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메타ai뉴스 이현우교수 칼럼

AI가 여는 ‘일회용 앱’의 시대
코딩의 종말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인공지능(AI) 코딩 도구의 급격한 발전이 ‘앱 개발’이라는 행위의 근본적인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제 누구나 쉽게, 빠르게, 심지어는 단 한 번의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앱(disposable apps)’을 만들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합니다.

이러한 ‘일회용 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버셀(Vercel)의 최고 제품 책임자(CPO)인 톰 오키노입니다. 그는 페이스북(현 메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프레임워크 ‘리액트(React)’를 공동 개발한 주역 중 한 명입니다. 웹 개발 환경의 혁신을 이끌었던 그가 이제는 버셀의 AI 서비스 ‘v0’를 통해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키노 CPO가 정의하는 ‘일회용 앱’은 문자 그대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사용되고, 그 목적이 달성되면 미련 없이 버려지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의 기획, 디자인, 개발, 테스트라는 복잡하고 값비싼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v0’와 같은 AI 개발 도구는 이러한 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묘사하거나(이른바 ‘바이브 코딩’), 간단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AI가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코드를 생성해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제성을 완전히 뒤바꿉니다. 이전에는 사소한 편의를 위해 앱을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낭비’였지만, 이제는 개발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극도로 개인화된 ‘맞춤형 도구’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이러한 ‘일회용 앱’의 개념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실제로 등장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데이터 시각화입니다. 사용자가 단순한 CSV 파일이나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버셀의 v0 서비스에 복사해 붙여 넣기만 하면, AI가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시보드 앱을 자동으로 생성해 줍니다. 과거라면 데이터 분석가나 개발자에게 요청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했던 작업이, 이제는 몇 초 만에 비전문가의 손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 환경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파고들고 있습니다. 버셀에서 열린 한 해커톤 행사에서는, 한 팀원이 모든 행사 관련 정보(일정, 장소, 발표자)를 v0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나의 앱으로 구축하여 팀원들과 공유했습니다. 이 앱은 행사가 진행되는 단 하루 동안 사용되고 그 소명을 다했습니다.

오키노 CPO의 아내 역시 친구들과의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복잡한 계획이 담긴 문서를 맞춤형 일정 관리 앱으로 변환해 사용했습니다. 이 앱은 여행 동반자들과 일정을 공유하고, 방문할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며, 예산을 관리하는 등 여행이라는 특정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여행이 끝난 후 이 앱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키노 CPO 자신도 개인적인 필요를 위해 여러 ‘즉석 앱’을 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의 모든 전등 스위치 개수를 세거나 사무실 책상의 개수를 파악하는 간단한 계수기(counter) 웹 앱, 또는 현재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앱 등이 그것입니다. 그는 “이 앱들은 원래 일회용으로 만들었지만, 사용하다 보니 편리해서 계속 쓰고 있는 것들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회용’이라는 개념이 앱의 수명이 짧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만드는 과정의 부담이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바이브 코딩’ 또는 ‘일회용 앱’의 흐름은 버셀과 같은 스타트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거대 AI 기업들 역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자 그룹에서 일반 사용자로 확대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 10월, 아마추어 사용자들의 ‘바이브 코딩’을 돕는 ‘AI 스튜디오’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간단한 명령어로 앱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입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일반인들이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일주일 뒤, 직장인들을 위한 ‘앱 빌더’를 출시하며 이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비개발자인 현업 실무자들이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스프레드시트 작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자신들의 업무에 필요한 맞춤형 도구를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의 개념을 AI를 통해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결국 ‘일회용 앱’의 등장은 코딩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코딩의 추상화’를 의미합니다. 과거 어셈블리어나 C언어에서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고급 언어로 발전하며 개발의 문턱이 낮아졌듯이, 이제는 자연어가 그 ‘고급 언어’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은 단순한 코드 작성이 아니라,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복잡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며, AI에게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동시에 일반 사용자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생산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필요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즉석에서 ‘만들어’ 쓰고 ‘버리는’ 소프트웨어의 풍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편집국장 이현우교수 heir201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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