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하드웨어 전쟁의 서막
애플 인재와 중국 공급망까지 품다”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
오픈AI는 그동안 ‘챗GPT’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이미지를 넘어, 하드웨어 제조와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변곡점으로 해석된다. 이번 소식은 오픈AI가 애플 출신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고, 애플이 수십 년간 다져온 중국 공급망과 접촉해 전용 하드웨어 생산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곧바로 애플과의 직접적 경쟁을 불러올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니며, 글로벌 기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애플 인재의 대거 영입과 그 의미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에만 20명 이상 애플 출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이들은 단순한 개발자가 아니라, 아이폰·애플워치·시리 등 핵심 제품군을 설계하고 발전시켜온 핵심 인력이다.
대표적으로 15년간 애플에서 근무하며 시리 음성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참여한 사이러스 다니엘 이라니, 제조 디자인 전문가 매트 티오볼드, 그리고 애플워치 하드웨어 팀의 중요한 축이었던 에릭 더 종 등이 있다. 이들의 합류는 단순한 인재 보강이 아니라, 애플의 철학과 기술적 노하우를 오픈AI 내부에 이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오픈AI는 경쟁력 있는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일부 인재에게는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초과하는 조건을 내세웠다고 전해진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드문 수준의 공격적 스카우트 전략으로, 오픈AI가 하드웨어 프로젝트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공급망과의 접촉 — 애플의 노하우를 빌리다
오픈AI는 단순히 인재 확보에 그치지 않고, 애플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중국 공급망 네트워크에도 손을 뻗고 있다. 중국의 주요 아이폰 및 에어팟 조립업체인 럭스셰어(Luxshare)와 최소 하나 이상의 기기 조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에어팟·홈팟·애플워치 생산에 관여하는 고어텍(Goertek)에는 스피커 모듈 부품 공급을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오픈AI가 애플의 하드웨어 성공 모델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그동안 오픈AI는 AI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져왔지만,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따라서 이미 수십 년간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 생태계를 운영해온 애플의 경험과 인프라를 흡수하는 전략은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하드웨어의 청사진 — 스마트 스피커에서 웨어러블까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오픈AI가 현재 개발 중인 첫 번째 전용 하드웨어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스마트 스피커와 유사한 기기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외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 음성비서 이상의 기능을 목표로 하며, 오픈AI의 대형 언어 모델과 결합해 보다 인간 친화적이고 지능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
출시 목표는 2026년 말 혹은 2027년 초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픈AI는 스마트 안경, 음성 녹음기, 웨어러블 핀 등 다양한 제품군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는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력해온 시장 영역과 겹치며, 오픈AI가 본격적으로 ‘AI 중심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애플의 위기감과 업계의 시선
이러한 인재 유출과 공급망 활용은 애플 내부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직원들이 관료주의와 느린 제품 혁신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오픈AI로 이직했다는 사실은, 애플 내부의 혁신 동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애플은 최근 중국에서 예정됐던 공급망 관련 임원 회의를 갑자기 취소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추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AI의 행보가 애플의 미래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애플의 매출 구조상 기기 판매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AI 중심의 신형 기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면 그 충격파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협력과 경쟁의 경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오픈AI와 애플이 단순히 경쟁 관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사는 이미 ‘시리’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에 오픈AI 모델을 통합했고, 차세대 시리 개편을 위해 협력 심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오픈AI가 애플의 인재와 공급망을 흡수하며 독자적 하드웨어 노선을 걷고 있는 점은,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복잡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오픈AI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과거 중국의 AI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고, 중국군 연계 기업들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중국 공급망을 활용하면서도 정치·안보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론
오픈AI의 도전과 시장의 재편
오픈AI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제품 출시 준비가 아니라, AI 중심의 새로운 하드웨어 패러다임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도전이다. 인재 확보, 공급망 접촉, 다양한 제품군 검토는 모두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사용자의 일상 공간과 몸에 밀착되는 하드웨어 생태계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의 입장에서 이는 뼈아픈 도전이다. 그동안 기기 판매에 기반한 막강한 수익 구조를 유지해온 애플에게, 오픈AI가 AI 하드웨어 시장을 주도한다면 그 타격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협력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애플이 AI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픈AI와의 협업을 유지한다면, 이 관계는 경쟁과 상생이 교차하는 복잡한 동반자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분명한 것은, 이번 오픈AI의 하드웨어 전략이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의 판을 뒤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6년 말, 혹은 2027년 초에 등장할 새로운 기기가 과연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결과는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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