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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경고와 유럽 디지털 규제의 파고

AI 산업혁명

트럼프의 관세 경고와 유럽 디지털 규제의 파고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새로운 냉전의 전선 ― 디지털 규제와 무역 보복의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거칠고도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제재를 추진한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관세 보복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 보복 차원을 넘어, 디지털 세계를 둘러싼 새로운 냉전의 전선을 그리는 장면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세금과 규제가 철회되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미국 수출품에 막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관세만이 아니다. 그는 “미국의 핵심 기술과 반도체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디지털 주권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정면 충돌을 의미한다.
    EU의 ‘디지털 서비스 법(DSA)’은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 아동 성착취물 등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그 취지는 안전한 온라인 환경 조성이지만, 워싱턴은 이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에서 EU의 법안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미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에 균열을 내는 전략적 도전이다.
  2. 기업 제재에서 개인 제재로 ― 이례적인 조치의 의미
    이번 사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EU 규제를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 개인까지 제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교역 갈등은 관세나 수입 제한 같은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특정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는 방식은 극히 이례적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DSA 집행을 담당하는 EU 공무원들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 만약 실제로 실행된다면 이는 무역 분쟁의 전통적 방식을 넘어선, 일종의 ‘개인화된 외교 압박’이다. 이는 EU 관료들에게 직접적인 정치·사회적 부담을 주려는 의도이며, 디지털 규제가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 양국 관계 전체를 흔드는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조치는 단순한 위협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기업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본래 이해관계의 충돌에 그쳤지만, 담당자 제재는 ‘규제를 만든 사람 자체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정책 논쟁이 아니라, 가치관과 정치적 노선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3. 미국의 불만 ―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계산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은 EU의 규제를 두고 오래 전부터 불만을 쏟아냈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DSA는 불법 콘텐츠를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검열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지난 5월 “미국인의 발언을 억압하는 자들”에 대해 비자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 주장은 자유주의적 언론 환경을 강조하는 미국 정치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미국이 자국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근간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도 숨어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워싱턴 권력의 핵심 후원 세력이자 국가 전략 자산이다. 따라서 EU의 규제가 그들의 글로벌 지배력에 흠집을 내는 순간, 이는 곧 미국 국가 이익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히 기업 옹호가 아니라, 국가 패권의 논리를 담은 메시지다.
  4. 유럽의 입장 ― 공정한 시장과 안전한 온라인 환경
    반면 유럽연합은 단호하다. EU는 DSA가 특정 국가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모든 플랫폼을 공정하게 규제하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 가짜 뉴스가 무차별적으로 퍼져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자국 기업에도 동일한 의무를 적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장 법(DMA), 인공지능법(AI Act) 등으로 빅테크 전반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르다. 지금까지 EU 규제의 주요 대상은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X(트위터) 등 미국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이미 수십억 유로의 벌금을 물거나 각종 조사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앞으로는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신흥 AI 기업들까지 규제망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EU의 논리는 ‘시장 질서 수호’이지만, 미국이 보기에는 ‘표적 규제’처럼 비친다.
  5. 디지털 패권 전쟁의 향방
    이번 갈등은 단순한 관세 분쟁이나 규제 다툼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패권 경쟁의 새로운 장, 곧 디지털 질서를 둘러싼 전쟁의 단면이다. 미국은 기술과 플랫폼의 지배력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고, 유럽은 이를 견제하며 공정한 규칙을 세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관세 경고는 EU에 대한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던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국 기술을 제재하거나 규제하려는 어떤 국가에도 보복하겠다는 ‘경고탄’인 셈이다. 동시에 이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EU 규제는 미국 기업을 억압하고 중국 기업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 갈등은 미·EU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중·EU 삼각 구도 속에서 벌어지는 전략 게임이다.
    향후 이 사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압박에 밀려 EU가 부분적인 양보를 하거나 조항을 수정할 가능성. 둘째, EU가 강경하게 맞서면서 양측이 본격적인 무역 전쟁으로 치닫는 가능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세계 무역과 디지털 산업은 큰 불확실성에 휩싸일 것이다.

맺음말
트럼프의 발언은 언제나 거칠고 과장된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명확한 계산이 깔려 있다. 그는 미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순간, 망설임 없이 관세라는 무기를 꺼낼 것임을 천명했다. 이번 EU와의 충돌은 단순한 법률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 패권을 둘러싼 가치와 이해의 전면전이다.
21세기의 전쟁은 총칼이 아니라 법과 규제, 그리고 관세와 제재로 벌어진다. DSA와 같은 규제는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전쟁터의 ‘전선’이다. 트럼프의 관세 경고는 그 전선 위에 울려 퍼진 경적과도 같다. 앞으로 이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세계는 디지털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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