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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혁명

AI 인간을 검증하는 GAN
— GPT-5와 범용 검증기의 도전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인 이현우 교수

  1. 생성에서 검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인공지능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사고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GPT 시리즈의 다음 진화인 GPT-5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개념은 바로 ‘범용 검증기(Universal Verifier)’다. 이것은 생성 능력에만 집중했던 기존 AI의 흐름을 뒤집는 시도이다. 즉, “얼마나 그럴듯하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과연 진실인가?”, “논리적 일관성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다.
범용 검증기는 오픈AI가 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설계한 신경망 기반 기술이다. 특히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라는 인류 최고 수준의 논리적 지성의 장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할 수 있었던 핵심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문제를 ‘풀었다’는 의미를 넘어, ‘풀이 과정이 논리적으로 검증되었음’을 입증하는 데까지 AI가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1. GAN의 거울 속에서: 생성자와 판별자의 함수

오픈AI 내부 연구자는 범용 검증기를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의 구조에 빗대어 설명했다. GAN은 생성자와 판별자의 경쟁 구조를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정도로 정교한 데이터 생성 능력을 갖추게 된다. 생성자는 꾸준히 판별자를 속이기 위한 새로운 ‘가짜’를 만들고, 판별자는 그것을 가려내려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GPT-5에서 범용 검증기는 이러한 GAN의 ‘판별자’ 역할을 수행한다. 생성된 AI의 응답이 인간의 논리 구조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평가하고, 오류나 비약, 일관성 결여를 식별한다. 특히 수학 문제의 경우, 각 단계가 수학적 공리와 논리 규칙을 따르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정답 여부보다 ‘논리의 정합성’이 우선 평가 기준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AI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해결할 열쇠로 떠오른다. 환각은 AI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인데, 범용 검증기는 이처럼 비논리적인 출력을 걸러내는 필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1. 수학의 벽을 넘다: 인간 지성의 영역에서

수학은 오랫동안 AI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언어와 이미지와 달리, 수학은 오차나 추론의 유연성이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사고는 엄격한 공리 체계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학에서의 AI 성과는 진정한 ‘지능’에 가까운 판단 능력을 요구한다.
GPT-5의 범용 검증기는 이 영역에서 금메달급 성과를 냈다. 이는 단순히 AI가 계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 논리와 수학적 추론 구조에 따라 자율적으로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사건이다. 수학적 논증을 스스로 생성하고, 그것을 다시 자가 검증할 수 있는 AI의 출현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를 모사하는 단계를 넘어, 자율 판단과 검증 능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술이 향후 글쓰기, 코딩, 법률, 전략 기획 등 논리적 사고가 요구되는 모든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크다. 실제로 오픈AI의 수석 연구원 노암 브라운은 “이 기술은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범용적 검증 기술을 위한 초석”이라며, LLM이 해내지 못했던 ‘검증 어려운 작업’에도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1. 2개월 된 기술이 흔든 세계의 중심

놀랍게도 범용 검증기는 개발된 지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임팩트는 실로 충격적이다. GPT-5가 수학에서 이룬 성과는 단지 기술력의 승리가 아니라, AI의 본질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AI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자기 창작물을 스스로 판단하고 논증하는 ‘비판적 주체’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되기에는 이르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 역시 “GPT-5는 당분간 골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술의 점진적인 향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기술이 성숙되었을 때, 우리는 ‘확신에 찬 거짓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신뢰 가능한 AI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 새로운 윤리, 새로운 시대

범용 검증기의 등장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오랫동안 독점해 온 ‘검증’의 권한을, 기계에게 일부 이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AI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그 판단을 신뢰할 준비가 되었는가?
더 나아가 GPT-5의 범용 검증기는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의 논리와 판단 기준을 내면화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효율의 문제를 넘어, 지식의 진실성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이제 우리는 생성과 검증이 분리되지 않는, 스스로를 비판하는 AI와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시대의 핵심 기술이 바로 범용 검증기이며, GPT-5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

결론
범용 검증기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AI가 신뢰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치다. 인간은 이제 기계에게 ‘검증의 권한’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신뢰를 위한 선택인지, 또 다른 오류의 출발점이 될지는 오직 ‘검증된 판단’에 달려 있다.

이현우 편집위원

heir201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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