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바꾸는 AI의 진화, 엑사원과 LG의 산업 혁신 전략”

기업을 위한 AI, 엑사원의 진화가 시작되다
2025년 7월 22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의 장이 펼쳐졌다. ‘LG AI 토크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자리에서 LG AI연구원은 자사의 대형언어모델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략 방향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이 실질적인 기업 생태계로 침투하는 미래를 선언했다. 이날 발표는 단순히 기술의 향상을 넘어,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전환점이었다.
엑사원은 이미 고성능 LLM(대형언어모델)로서의 역량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다. 단순한 텍스트 기반 언어 처리에서 멀티모달 인식, 피지컬 AI로의 진화, 그리고 기업 중심의 온프레미스 및 웹 기반 서비스로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수요에 대응하는 명확한 전략 변화다.
엑사원 4.0 VL: 언어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는 AI
이번에 공개된 ‘엑사원 4.0 VL’은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을 중심으로 한 모델로, 복잡한 문서뿐 아니라 이미지, 화학 분자 구조식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기존 텍스트 중심의 AI가 넘볼 수 없던 지식의 영역까지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의료, 법률, 생명과학, 제조 등 고도의 복합 정보를 다루는 산업 현장에서 이 모델은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멀티모달 모델은 결국 인간의 인지능력과 유사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AI를 목표로 한다. 이 방향성은 LG가 말하는 ‘피지컬 AI’ 개념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응답형 AI를 넘어,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인 셈이다. 이는 로봇기술과의 융합을 전제로 하며, LG전자가 로보티즈와, LG CNS가 스킬드AI와 협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고품질 데이터 생산의 전환점: 데이터 파운드리
AI의 진화는 고품질 데이터의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LG AI연구원이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파운드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공장이라 불릴 만하다. 이 플랫폼은 미세조정(fine-tuning)을 자동으로 진행하며, 생성된 데이터의 환각(hallucination) 여부까지 검토하는 고급 기능을 제공한다.
놀라운 점은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이다. 기존에는 60명의 전문가가 3개월간 작업해야만 만들 수 있었던 1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단 한 명의 전문가가 단 34시간 만에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무려 최소 1,000배의 생산성 향상이며, 데이터 품질은 평균 20% 이상 높아졌다.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산업 전반의 AI 적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접속성과 보안: 챗엑사원과 온프레미스 패키지
LG는 기업 사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AI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웹서비스 형태로 접속 가능한 ‘챗엑사원 포 엔터프라이즈’다. 이는 기존 B2C 챗봇 서비스와 달리, 기업의 복잡한 요구를 반영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 형태로 B2B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제공 중이며, 향후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온프레미스(On-Premise) 패키지의 공개다. 이는 GPU, AI 모델, MLOps까지 포함된 통합형 패키지로,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도 AI 도입이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이다. 기업의 보안 요구와 독립적인 운영 환경을 고려한 이 패키지는, 금융, 의료, 제조 분야에서 특히 높은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민주화가 현실화되는 지점에서, 이러한 제품은 기업이 AI를 일상 업무로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NPU 탑재와 물리적 현실을 바꾸는 AI의 미래
마지막으로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 모델을 퓨리오사AI의 NPU ‘레니게이드(Renegade)’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이는 추론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하드웨어 최적화 전략의 일환이다. AI 모델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행사에서 함께 발표된 LG AI연구원의 공동 원장 체제는 이러한 기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적 변화의 일환이다. 임우형 원장은 “LG 계열사의 AI 전환(AX)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으며, 이홍락 원장은 “에이전틱 AI는 피지컬 AI로 이어지고, 그것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결국, 엑사원은 단순한 대화형 언어모델을 넘어, 현실을 바꾸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언어를 넘어서, 시각과 물질의 세계까지 인식하고, 판단하며, 개입하는 인공지능. 그것이 LG가 꿈꾸는 엑사원의 미래다. 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편집위원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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