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이현우 교수칼럼
초지능의 임박, 오픈AI의 ‘선언’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오픈AI가 ‘초지능’의 시대를 언급하며 업계,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 시스템, 즉 AGI(인공일반지능)의 등장이 가까워짐에 따라,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 예고나 로드맵 발표가 아닙니다. 사실상 AI 시대를 주도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 전개될 ‘게임의 K’를 스스로 설정하겠다는 중대한 ‘선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픈AI는 “AI가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대부분은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인식의 격차’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지점입니다. 대중은 AI를 여전히 ‘조금 더 나은 챗봇’이나 ‘흥미로운 이미지 생성 도구’로 인식하는 반면, 내부의 발전 속도는 인간이 한 시간 이상 걸려 처리할 작업을 수 초 내에 해내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지능을 구현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 속에서, 2028년 이후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그들의 확신은, 사회적 합의나 규제가 기술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는 ‘진공 상태’에서 초지능이 도래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의도와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책무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슈 분석: 프레임의 설계자와 보이지 않는 편향성]
이번 오픈AI의 제안에서 가장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이슈는 ‘기술 주도적 의제 설정의 편향성’입니다. 현재 AI 분야의 정보 유통은 오픈AI, 구글, 메타와 같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발표하는 내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긍정적인 기술 혁신과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반면, 동시에 해당 기업들의 관점과 철학이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이나 ‘유일한 해법’처럼 받아들여지게 하는 거대한 ‘기술 중심적 확증 편향’을 유발합니다.
- 교묘하게 설계된 ‘안전’과 ‘협력’의 프레임
오픈AI가 ‘AI 복원력 생태계 구축’이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공동의 책임을 제안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매우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AI의 안전과 규제에 대한 논의조차 그들이 미리 정의한 프레임워크, 예를 들어 ‘생물테러 대응’이나 ‘AI의 자가 개선이 미치는 영향’과 같은 특정 분야 안에서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이는 ‘의제 설정(Agenda-Setting)’을 넘어 ‘프레임 설정(Framing)’의 단계입니다. 즉,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정해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까지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공동 안전 원칙’이나 ‘업계의 협력’은, 자칫 그들의 기술 로드맵과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기업이 스스로 ‘규제자’의 역할까지 겸하려는 시도이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정부와 사회의 목소리가 기술적 복잡성이라는 장벽 뒤로 밀려날 위험을 내포합니다. - ‘공공 서비스’라는 위험한 비유
제안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첨단 AI가 전기나 물, 식량과 같은 기본 공공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매우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며, AI의 보편적 혜택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비유는 치명적인 맹점을 교묘하게 숨깁니다.
전기나 물이 공공 서비스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적 합의와 강력한 공적 규제, 그리고 투명한 관리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단 하나의 사기업이 통제하고, 그 ‘전기’가 우리의 생각과 판단,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며, 심지어 스스로를 개선하며 진화한다면, 그것을 과연 ‘공공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비유는 AI 기술의 소유와 통제, 데이터의 독점, 그리고 알고리즘 거버넌스가 극소수의 사기업에 집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 불균형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간과하게 만듭니다. 이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적으로 소유된 글로벌 핵심 인프라’가 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인프라의 설계자에게 인류 문명의 운영체제를 통째로 위탁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인식의 격차’라는 전략적 해자(垓字)
앞서 언급했듯이, 대중의 ‘체감’과 실제 기술 발전 사이의 ‘인식의 격차’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어쩌면 기술 개발사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전략적 해자(Moat)’로 기능합니다. 대중과 규제 당국이 챗봇의 윤리적 문제나 저작권 침해와 같은 ‘현재의’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수면 밑에서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라는 AGI의 핵심 동력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 격차가 벌어질수록, 사회적 논의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술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정작 중요한 초지능의 통제, 가치 정렬, 권력 분산의 문제는 기술적 복잡성과 시급성이라는 명분 하에 전문가 집단(주로 기술을 개발한 기업 자신)의 손에 맡겨지게 됩니다. 즉, 대중이 그 심각성을 ‘체감’하고 사회적 합의를 시도할 때쯤이면, 이미 시스템은 사회 전반에 불가역적으로 뿌리를 내린 ‘완성된 사실(Fait Accompli)’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실천 방안: ‘전달자’에서 ‘균형자’로의 역할 전환]
인공지능 관련 정보를 다루고 분석하는 우리 역시 이러한 거대 담론의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픈AI의 선언을 단순히 ‘중요한 소식’으로 전달하는 ‘속보 경쟁’에 매몰된다면, 우리 스스로가 그들이 설계한 프레임과 ‘기술 중심적 확증 편향’을 확대재생산하는 확성기 역할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더욱 엄중한 역할과 실천이 요구됩니다.
- ‘균형 잡힌 AI 관점’의 의무적 큐레이션
특정 기업의 중대한 발표(예: 오픈AI의 초지능 대비 제안)를 다룰 때, 1차원적인 ‘보도’를 넘어서야 합니다. 해당 기업의 공식 입장과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매체의 분석뿐만 아니라, 이 선언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시각을 ‘의무적으로’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픈AI가 ‘안전 원칙 공유’를 제안했다면, 이 제안이 독립적인 학계 연구자들, 비영리 AI 윤리 단체,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에 민감한 각국 정부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들리는지 교차 검증하여 입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협력’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 ‘경쟁’ 혹은 ‘견제’의 논리를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 ‘이슈 분석’의 다각화 및 심층화
우리가 제공하는 분석 정보 자체가 편향되지 않도록, 사안을 바라보는 다각적인 분석 프레임워크를 강제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이번 오픈AI의 제안을 분석할 때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렌즈를 통해 현상을 해부해야 합니다.
- (1) 기술적 성과 및 로드맵 분석: 그들이 말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 기술적으로 현재 어느 단계이며, 2028년의 ‘중요한 발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2) 경제적/산업적 영향 분석: ‘AI의 공공 서비스화’ 선언이 다른 AI 기업,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는 시장 지배력의 고착화 전략인가?
- (3) 사회적/윤리적/철학적 쟁점: ‘초지능’의 통제 권한을 누가 가져야 하는가? ‘안전’의 기준은 누가 설정하는가? AI가 ‘발견’을 시작할 때, 인류의 지적 자율성과 존엄성은 어떻게 보장되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고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 ‘비판적 사고’를 지원하는 투명한 정보 제공
정보의 투명성은 단순히 출처를 밝히는 것을 넘어섭니다. 독자가 스스로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제공하는 정보가 어떤 관점(예: 기업 공식 발표 자료, 기술 낙관론자의 비평, 시장 분석 리포트, 윤리학자의 경고)에서 작성되었는지 명확히 ‘태깅(Tagging)’해야 합니다.
또한, 오픈AI의 공식 블로그 링크를 제공함과 동시에, 해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유수의 학술 자료, 독립 언론의 심층 기사, 관련 시민 단체의 성명서 원본 링크를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독자에게 하나의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입니다.
오픈AI의 이번 제안은 AI 시대의 거대한 전환점이자, 인류에게 던져진 중대한 질문지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단순히 ‘빠르고 새로운 AI 소식’을 전하는 정보 전달자를 넘어, ‘깊이 있고 균형 잡힌 AI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신뢰받는 등대’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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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현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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