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성인 콘텐츠 허용의 문을 열다
AI 윤리와 시장 경쟁의 기로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오픈AI가 오는 12월부터 ‘챗GPT’에 성인용 에로틱 대화를 허용한다는 파격적인 정책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그간 정신 건강 문제와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엄격한 안전 제한을 고수해 온 오픈AI가 ‘성인 사용자는 성인처럼 대우한다’는 새로운 원칙을 내세우며 시장 전략에 큰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14일(현지시간) X(트위터)를 통해, 성인 인증을 완료한 사용자에 한해 이러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GPT-4o’에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성격을 갖출 챗GPT 새 버전 출시 예고와 맞물려 발표되었습니다.
이슈 분석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상충하는 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안전성’ 문제입니다. 지난여름, 챗GPT가 일부 사용자에게 과도한 몰입을 유도하거나 심지어 자살 충동과 관련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잇따르며 안전장치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오픈AI는 지난 8월 ‘GPT-5’를 출시하며 사용자 행동 탐지, AI 아첨 대응, 청소년 보호 기능 등 강력한 제한 장치를 적용해 왔습니다.
알트먼 CEO는 “이제 심각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다”고 자신하며,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이번 정책 완화의 기반이 되었음을 시사했습니다.
둘째는 ‘시장 경쟁’입니다. 오픈AI가 주간 활성 이용자 8억 명이라는 거대한 기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구글, 메타 등 거대 기업과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인 xAI의 ‘그록’은 이미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성인 모드를 공식 도입했으며, 캐릭터닷AI는 로맨틱 롤플레잉 기능으로 사용자 몰입도를 높이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성인용 콘텐츠 허용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오픈AI의 절박한 시장 확대 압박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실천 방안:
이러한 변화는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합니다.
- 기업 및 개발자: 챗GPT API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의 정체성과 사용자층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아동·청소년을 포함하거나 공공성을 지향하는 서비스라면, 새롭게 제공될 수 있는 성인용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필터링 정책과 기술적 안전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합니다. 반대로, 성인 대상 엔터테인먼트나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관련 기업에게는 합법적인 틀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 마케팅 및 컨설팅: 마케팅 분야에서는 ‘성인 인증’이라는 명확한 타겟팅 수단이 생겼습니다. 이는 관련 산업에서 매우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만, 챗봇과의 성적·로맨틱 대화가 유발할 수 있는 ‘의존성’ 문제는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기업은 중독 방지 및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 정부 및 규제 기관: ‘연령 인증 시스템’의 신뢰성과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인증 과정에서의 개인 민감 정보 처리 방식, 미성년자의 우회 접근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명확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오픈AI의 이번 결정은 AI 기술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인간의 감정적, 본능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기술적 안전장치와 사용자 자유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AI 윤리와 시장 논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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