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중국 수중 데이터센터 이달말 부터 시작
중국의 수중 서버 혁명과 그 의미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패러다임
21세기 디지털 문명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클라우드 컴퓨팅의 보편화, 그리고 사물인터넷의 확산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전례 없는 부담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들은 현대 사회의 디지털 인프라를 지탱하는 핵심 시설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열을 발생시키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냉각 시스템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운영 비용 증가와 환경 부담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가 바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중국 기업 하이랜더(Highlander)가 상하이 인근 해역에 세계 최초의 상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차이나텔레콤과 같은 국영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한 본격적인 상업 운영을 목표로 한다. 이는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의미하며, 냉각 기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수중 데이터센터의 원리와 장점
수중 데이터센터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이다. 바닷물이라는 자연적인 냉각 매체를 활용하여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는 공랭식 또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는 대형 냉각 장치, 펌프, 그리고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수중 데이터센터는 해수의 자연스러운 온도와 순환을 이용하여 이러한 에너지 소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이랜더의 양예 부사장은 수중 운영의 고유한 장점을 강조하며,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무려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운영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냉각 에너지를 90% 줄인다는 것은 엄청난 탄소 배출 감축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하이랜더는 에너지 요구량의 95%를 재생 에너지원에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혀, 탄소 발자국을 더욱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중 환경은 또 다른 이점도 제공한다. 해저는 육지보다 온도 변화가 적고 안정적이어서 서버 운영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육지의 비싼 부동산을 차지하지 않아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특히 해안 도시 인근에 설치할 경우, 대도시의 데이터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도심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술적 도전과 해결책
하지만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이랜더 프로젝트 역시 수많은 기술적 난제와 씨름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닷물의 부식성이었다. 소금물에 노출된 금속 장비는 급격한 부식을 겪게 되며, 이는 서버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하이랜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철 캡슐을 특수 유리 코팅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러한 코팅은 바닷물과 금속 표면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하여 부식을 최소화한다.
또 다른 과제는 유지보수 접근성이었다. 육상 데이터센터는 기술자가 언제든지 쉽게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수중 시설은 그렇지 않다. 프로젝트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 터널을 건설하여 기술 스태프가 수중 데이터센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준저우 엔지니어는 “수중 데이터센터의 실제 완공에는 예상보다 더 큰 건설 과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 그리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잘 보여준다.
전력 공급과 네트워크 연결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지로부터 전력과 데이터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하며, 이는 기존의 육상 시설보다 훨씬 복잡한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케이블의 방수 처리, 해저 지형에 따른 설치 경로 설계, 그리고 해양 생물이나 선박에 의한 손상 방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글로벌 수중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역사
수중 데이터센터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선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부터 이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24년 스코틀랜드 해안에서 실험적인 수중 데이터센터를 운영했다. 이 프로젝트는 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를 바다에 가라앉혀 2년 동안 운영하는 실험이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특히 수중 환경에서 서버 고장률이 육상보다 낮다는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건조한 질소 환경과 안정적인 온도가 서버 부품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술을 상업적으로 배포하지는 않았다. 기술적 타당성은 입증되었지만, 경제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배치, 유지보수, 그리고 환경 영향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중국도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3년부터 하이난성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상하이의 하이랜더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두 번째 수중 데이터센터가 되지만, 실제 상업 고객을 확보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적 영향과 우려
수중 데이터센터가 냉각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환경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방출되는 열이 주변 해수의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지적인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헐대학교의 앤드류 완트 해양 생태학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발산되는 열은 특정 종을 유인하는 반면, 다른 종을 쫓아낼 수 있다”며 “아직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온도 변화는 해양 생물의 서식지 선택, 번식 패턴, 먹이 사슬 등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생물들이 데이터센터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기존의 생태계 균형이 변화할 수 있고, 이는 연쇄적인 생태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하이랜더는 자체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온도 변화가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소규모 시설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데이터센터가 확장되거나 여러 시설이 동일 해역에 설치될 경우 문제는 훨씬 커질 수 있다. 누적 효과와 장기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독립적인 환경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수중 구조물 자체가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공 구조물은 때로 인공 암초 효과를 만들어 새로운 생물 군집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기존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해류 패턴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설치 과정에서 해저를 교란하는 것도 퇴적물을 휘젓고 저서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안과 실용성의 한계
기술적, 환경적 문제 외에도 수중 데이터센터는 보안과 실용성 측면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저 서버를 육지와 연결하는 것은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복잡하며, 여러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중 음파 공격에 대한 취약성이다. 해저 케이블이나 수중 구조물은 음파를 이용한 물리적 공격이나 도청에 노출될 수 있다. 잠수함이나 수중 드론을 이용한 물리적 접근도 육상 시설보다 탐지하고 방어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지연(latency)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해저 케이블을 통한 신호 전달은 추가적인 지연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지보수 접근성도 여전히 제한적이다. 해상 터널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긴급 상황이나 대규모 하드웨어 교체가 필요한 경우 육상 시설만큼 신속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샤올레이 렌 교수는 현실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해저 시설이 기존 데이터 센터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틈새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수중 데이터센터가 모든 상황에 적합한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 특정 조건과 용도에 최적화된 보완적 기술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냉각 비용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고, 약간의 접근성 제한을 감수할 수 있으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해역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 유용할 수 있다.
중국의 AI 인프라 투자 전략과 수중 데이터센터의 위치
중국의 수중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더 큰 국가 전략의 일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AI 컴퓨팅 파워를 중앙 집중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농지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여 총 3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AI 시대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중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을 지닌다. 육지의 공간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바다는 거의 무한한 냉각 자원과 설치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중국처럼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에서는 해안 도시들의 데이터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토지 이용의 압박을 덜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이 된다.
차이나텔레콤과 같은 국영 기관이 첫 고객으로 참여한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정부가 이 기술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차원의 지원은 초기 단계의 기술적, 경제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하며,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주 데이터센터: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
흥미롭게도 냉각과 에너지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극단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바로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수중 데이터센터와는 정반대 방향이지만,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유럽연합은 2036년까지 총 10메가와트 용량의 우주 데이터센터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어센드(ASCEN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의 진공 환경과 극저온은 이상적인 냉각 조건을 제공한다.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을 통해 열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할 수 있으며, 지구상의 어떤 냉각 시스템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립자도 최근 행사에서 10~20년 안에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주 데이터센터는 수중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더 많은 도전을 안고 있다. 발사 비용, 우주 방사선으로부터의 보호, 지구와의 통신 지연, 그리고 유지보수의 거의 불가능성 등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얼마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론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향한 여정
중국의 상용 수중 데이터센터 운영 개시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진화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90%의 냉각 에너지 절감이라는 인상적인 수치는 경제적, 환경적으로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 기술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환경 영향, 보안 취약성, 유지보수의 어려움, 그리고 확장성의 한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무분별하게 확장된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다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수중 데이터센터는 특정 조건에 최적화된 틈새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전체 데이터센터 시장을 지배하기보다는, 기존 육상 시설, 그리고 미래의 우주 데이터센터와 함께 다층적인 인프라 생태계의 일부를 형성할 것이다. 각각의 접근 방식은 고유한 장단점을 가지며, 특정 용도와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하이랜더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기업과 국가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기술은 더욱 성숙해지고, 비용은 낮아지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개선될 것이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요한 교훈이 되어 미래의 프로젝트를 더 신중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미래는 단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다양한 혁신적 접근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수중, 육상, 그리고 언젠가는 우주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수중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여정에서 대담하고 의미 있는 한 걸음이며, 그 성공과 실패는 모두 귀중한 지식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다 속 서버들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그리고 이것이 데이터센터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지 지켜볼 차례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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