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AI뉴스 / 이현우 교수 칼럼
‘제미나이 3 딥 싱킹'”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문제 77달러를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습니까?”

이현우 (메타AI뉴스 논설위원 /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교수)
2025년 12월 8일
인공지능(AI)의 발전사를 훗날 기록한다면, 2025년 12월 7일은 ‘검색의 시대’가 저물고 ‘사유(思惟)의 시대’가 개막한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제미나이 3 딥 싱킹(Gemini 3 Deep Thinking)’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챗봇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조차 힘겨워하는 복잡한 난제 앞에서, 턱을 괴고 깊게 고민할 줄 아는 기계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구글의 이번 발표가 갖는 기술적 함의를 팩트체크하고,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시각을 종합하여 우리가 이 ‘비싼 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20가지 구체적 방안과 함께 논해보고자 합니다.
- 팩트체크: ‘병렬 추론’이 가져온 압도적 격차
구글의 제프 딘(Jeff Dean) 수석 과학자가 언급한 ‘고급 병렬 추론(Advanced Parallel Reasoning)’**은 이번 기술의 핵심입니다. 기존의 거대언어모델(LLM)이 단어 뒤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시스템 1(직관적 사고)’에 머물렀다면, 딥 싱킹 모델은 인간의 ‘시스템 2(논리적, 숙고적 사고)’를 모방합니다.
팩트체크 결과, 이 모델은 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수십, 수백 개의 가설을 동시에 생성(Parallel Simulation)하고, 자체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가장 논리적인 경로를 채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강화학습(RL)이 적용되어 답변의 깊이는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 결과는 수치로 증명되었습니다. AI에게 가장 가혹한 시험이라 불리는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에서 41%, 새로운 규칙 적응력을 테스트하는 ‘ARC-AGI-2’에서 45.1%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자인 GPT-5 프로나 클로드 소네트 4.5가 10~30%대에 머무르는 동안, 구글은 마의 40% 벽을 돌파하며 ‘박사급 전문가’를 뛰어넘는 추론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 글로벌 리서치: 77달러의 충격과 세계의 시선
하지만 이 혁신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릅니다. 웹 리서치와 주요 외신 분석에 따르면, 제미나이 3 딥 싱킹으로 ARC-AGI-2 문제 하나를 푸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77.16달러(약 10만 8천 원)입니다. 기존 모델(0.81달러)의 약 100배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미국(실리콘밸리)의 시각은 “성능이 비용을 정당화한다”입니다. ‘The Verge’와 ‘TechCrunch’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 개발자들은 이를 ‘추론 전쟁(Reasoning War)’의 승리로 받아들입니다. 로건 킬패트릭 구글 이사의 API 출시 암시는, 비록 비용이 높더라도 이 모델이 기업의 R&D나 금융 분석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입니다.
반면, 중국(China)의 기술계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우려를 표합니다. 위챗(WeChat)의 주요 테크 블로그와 중국 AI 뉴스들은 이를 ‘산리바오리(算力暴力, 연산력 폭력)’라고 칭합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하드웨어 물량 공세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대한 전력 소모 없이 경량화 모델로 비슷한 추론을 해내야 한다는 ‘효율성(Efficiency)’ 중심의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EU)은 ‘지속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르몽드(Le Monde)나 미스트랄(Mistral) AI 커뮤니티에서는 “질문 하나에 100달러어치의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 윤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 ‘딥 싱킹’ 활용을 위한 20가지 제안: 비싼 값을 하는 AI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 한 번에 10만 원이 드는 이 도구를 어디에 써야 할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실수하면 안 되는 결정’이나 ‘인간 전문가 고용 비용보다 저렴한 영역’**입니다. 저는 각 산업 분야에서 이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20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과학 및 R&D 분야에서 ‘가상의 노벨상 수상자’로 활용해야 합니다.
- 신약 후보 물질 가상 스크리닝: 수만 번의 실험 대신 논리적 추론으로 후보를 3개로 압축하여 수십억 원의 실험비를 절감합니다.
- 핵융합 시뮬레이션 해석: 플라즈마의 변칙 데이터를 역추적하여 제어 실패 원인을 규명합니다.
- 수학적 난제 증명: 리만 가설과 같은 미해결 문제의 증명 단계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냅니다.
- 기후 위기 모델링: 10년 후 국지적 기상 변화를 변수별로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짭니다.
- 신소재 배합 최적화: 반도체 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화학 물질 배합 비율을 추론합니다.
둘째, 비즈니스와 금융의 ‘초고도 리스크 관리자’입니다. 6. M&A 독소 조항 발굴: 인수 대상 기업의 방대한 문서를 분석해 숨겨진 부채와 법적 리스크를 찾아냅니다. 7.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 전쟁이나 관세 폭탄 시나리오별 최적의 물류 경로를 계산합니다. 8. 알고리즘 트레이딩 검증: 투자 전략의 논리적 결함을 ‘레드팀’ 입장에서 공격하고 보완합니다. 9. 특허 침해 가능성 분석: 경쟁사 특허 수천 건과 우리 기술을 대조해 소송 승소 확률을 수치화합니다. 10. 초개인화 보험 설계: 유전자와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결합해 평생 질병 확률을 예측합니다.
셋째, IT 및 프로그래밍의 ‘아키텍트(설계자)’입니다. 11.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 20년 된 낡은 코드를 최신 아키텍처로 변환하는 로드맵을 짭니다. 12.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 탐지: 해커의 사고방식으로 코드의 논리적 구멍을 찾아냅니다. 13. 자율주행 엣지 케이스 생성: 데이터가 없는 희귀한 사고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 학습시킵니다. 14.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복잡한 마이크로서비스 구조를 분석해 비용을 40% 줄이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15. DB 쿼리 튜닝: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쿼리를 재작성해 시스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입니다.
넷째, 법률·의료·창작 분야의 ‘슈퍼 어시스턴트’입니다. 16. 소송 판결 예측: 판례 수만 건을 분석해 최적의 변론 전략을 수립합니다. 17. 희귀 질환 진단: 모호한 증상들을 종합해 ‘닥터 하우스’처럼 병명을 추리합니다. 18. SF 세계관 검증: 소설이나 영화 속 가상 세계의 물리/경제 법칙의 모순을 수정합니다. 19. 재난 대응 매뉴얼 작성: 지진과 화재가 동시 발생한 상황의 맞춤형 대피 매뉴얼을 실시간 생성합니다. 20. 윤리적 딜레마 자문: 기업 의사결정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합니다.
결론: AI는 이제 ‘답’이 아니라 ‘생각’을 팝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3 딥 싱킹’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문제는 77달러를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습니까?”
이제 AI는 누구나 쓰는 값싼 검색 도구와, 전문가를 위한 비싼 사고 도구로 양분될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과 연구자들은 이 ‘비싼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장 어렵고 가치 있는 문제에 과감히 투입해야 합니다. 10만 원을 써서 수십억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성비’이기 때문입니다.
AI가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더 깊게 질문할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 Google DeepMind Blog (2025). “Gemini 3 Technical Report: Advanced Parallel Reasoning & RL Integration.” (기술적 원리 및 아키텍처 분석)
- Lim, D. (2025). “Google Launches Gemini 3 Deep Thinking: Breaking Benchmarks.” AI Times. (국내 보도 및 팩트체크)
- Chollet, F. (2019/2025 Update). “On the Measure of Intelligence: ARC-AGI-2 Benchmark Results.” (벤치마크 데이터 검증)
- Hendrycks, D., et al. (2025). “Humanity’s Last Exam (HLE): Evaluating Expert-Level Reasoning in LLMs.” Center for AI Safety. (HLE 테스트 결과 인용)
- GlobalGPT China Analysis (2025). “The Cost of Reasoning: $77 per Query and the Future of AI Models.” (중국 내 비용 효율성 논의 및 반응 번역 참고)
- Le Monde Technology Section (Dec 2025). “L’IA et la consommation énergétique: Le dilemme de Gemini 3.” (프랑스 및 유럽권의 에너지/윤리적 관점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