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오픈AI, 한국에서 B2C를 넘어 B2B로
― 전방위 협력의 시대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 한국 지사 설립의 의미와 첫걸음
2025년 9월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픈AI 한국 지사 설립 기념 간담회는 단순한 기업 행사 이상의 울림을 주었다. 제이슨 권 오픈AI CSO가 직접 무대에 올라 발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한국과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시장을 단순한 소비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 AI 발전을 함께 이끌 핵심 동반자로 인정하는 선언과도 같았다. 특히 그는 한국의 혁신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챗GPT 사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이자, API 개발자 수준이 세계 톱 10 안에 드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지사 설립은 단순히 거점을 마련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 정부, 학계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AI 생태계 전반을 함께 키워가겠다는 포부의 표현이며, 앞으로의 한국 시장 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 B2C를 넘어 B2B로 ― 고객 기반의 확장
오픈AI가 강조한 또 하나의 축은 바로 B2B 영역의 성과다. 이미 챗GPT와 같은 B2C 서비스로 큰 반향을 일으킨 오픈AI는, 이번 자리에서 “B2B 서비스에서도 수백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소비자용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과 기업 운영 전반에 AI를 도입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다만, 오픈AI는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정 산업에 특화한 AI보다는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보안 문제와 컴퓨팅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 지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즉, 오픈AI는 개별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범용성과 확장성을 갖춘 기술 인프라를 제공해, 기업들이 스스로 혁신을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 국내 협력 사례와 글로벌 성과
오픈AI가 꼽은 대표 협력 사례는 AI 쇼핑 에이전트 스타트업 ‘와들’이다. 와들은 2024년부터 오픈AI의 직접적인 기술 지원을 받은 국내 첫 스타트업으로,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PT-5 해커톤’에서 93개 글로벌 팀 중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제이슨 권 CSO는 “매우 기쁘다”라며 이 성과를 한국 기업의 잠재력과 연결 지었다.
뿐만 아니라, 오픈AI는 삼성과 SK와 AI 데이터센터 투자 논의를 진행 중임을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AI 서비스의 소비 시장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카카오와의 API 협력 역시 진행 중인데, 그는 “API 사용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절대 학습하지 않는다”며 보안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는 데이터 주권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메시지였다. - 한국과 글로벌 AI 질서 속 협력
오픈AI는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공감을 표했다. 이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규제와 혁신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AI 기본법과 같은 규제 역시 대립 구도가 아닌 상호보완적 협력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오픈AI가 한국 대학과의 학술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다. 제이슨 권 CSO는 11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서울대-오픈AI 공동 심포지엄에 참가해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대학과 맺는 첫 공식 협력으로, 학문적 연구와 실무적 응용을 동시에 확장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나아가 학계와 기업, 정부, 예술계 인사들이 함께하는 지사 설립 축하 행사에는 브래드 라이트캡 COO와 올리버 제이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이 직접 참석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오픈AI의 세계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한다. - 한국 지사의 향후 과제와 전망
오픈AI 한국 지사의 운영은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단계다. 인력 배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사장 선임 문제는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챗GPT의 한국어 성능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어 특유의 언어적 맥락과 정서를 AI가 제대로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지사와 본사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픈AI의 한국 전략은 ‘현지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현지 기업과 정부, 학계와 협력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강화하면서도, 글로벌 차원에서 AGI 개발을 향한 오픈AI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을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AI 혁신의 공동 설계자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맺음말
오픈AI의 이번 발표는 한국 사회에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한국은 세계 AI 질서 속 핵심 동반자라는 점. 둘째, AI는 B2C의 편의성을 넘어 B2B의 혁신 동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셋째, 글로벌 AI 기업과 한국 사회는 경쟁보다 협력의 길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지사의 설립은 단순한 지역 사무소 개소가 아니라, 세계 AI 혁신과 한국의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열린 문과 같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문을 지나 한국 기업·정부·학계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