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시각적 소통의 시대
구글 AI 모드가 여는 새로운 검색의 지평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검색의 패러다임 전환, 텍스트를 넘어서
인류의 지식 탐색 방식은 언제나 시대의 기술을 반영해왔다. 문자의 발명 이후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정보를 기록하고, 색인을 통해 분류했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지식을 습득했다. 20세기 후반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옮겨왔고,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텍스트 기반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표준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논리 연산자를 사용하며, 검색 엔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질문을 ‘번역’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러한 텍스트 중심의 검색 방식은 지난 수십 년간 인류의 지식 확장에 혁명적인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 한계는 인간의 사고와 소통이 본질적으로 텍스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 소리,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아이디어를 표현한다. 특히 ‘스타일’, ‘분위기’, ‘느낌’과 같이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개념을 검색할 때 텍스트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아늑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의 거실 인테리어”나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청바지”를 찾는 경우, 이를 정확한 키워드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용자는 머릿속에 흐릿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것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여러 키워드를 조합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탐색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구글은 최근 ‘AI 모드(AI Mode)’에 이미지 답변 기능을 도입하며 검색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25년 10월 30일 발표된 이 업데이트는 단순히 검색 결과에 이미지를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의 모호하고 대화적인 질문 의도를 AI가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시각적 영감을 직접 생성하거나 제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검색의 패러다임이 ‘키워드 입력과 결과 확인’이라는 기계적 상호작용에서 ‘대화를 통한 아이디어의 구체화’라는 인간 중심적 소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제 사용자는 검색 엔진에 적응하는 대신, 검색 엔진이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을 학습하고 이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는 쇼핑, 인테리어, 창작 등 시각적 참고가 필수적인 분야에서부터 그 파급력을 발휘하며, 우리가 정보를 탐색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잠재력을 품고 있다.
대화형 시각 검색의 작동 원리와 사용자 경험의 혁신
구글의 새로운 AI 모드가 제공하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의 핵심에는 복합적인 기술의 융합이 자리하고 있다. 이 기능은 구글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웹 데이터베이스인 ‘구글 검색’, 이미지 속 객체와 맥락을 인식하는 ‘렌즈(Lens)’, 그리고 세계 최대의 시각 자료 모음인 ‘이미지 검색’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최신 멀티모달 AI 모델인 ‘제미나이 2.5 플래시(Gemini 2.5 Flash)’가 결합되면서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자연어 질문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와 감성적인 요구까지 파악하여 시각적 결과물로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는 이제 검색창에 “침실을 맥시멀리스트 스타일로 꾸밀 영감을 보여줘”와 같이 친구에게 말하듯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AI는 ‘맥시멀리스트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에 부합하는 다채로운 패턴, 과감한 색상, 다양한 소품이 어우러진 이미지 시리즈를 제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는 “더 과감한 패턴과 어두운 색감을 추가해달라”는 후속 지시를 통해 결과를 점진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는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 아니라, 사용자와 AI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창조적 탐색’ 과정에 가깝다. AI는 단순히 저장된 이미지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기존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조합을 생성하여 맞춤형 영감을 제공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이러한 대화형 접근 방식은 쇼핑 경험에서도 빛을 발한다. “너무 헐렁하지 않은 배럴 진”과 같은 모호한 검색어로 시작하여, 제시된 이미지들을 보며 “발목 길이 옵션 더 보기”나 “애시드 워시 데님을 보여줘”처럼 세부적인 요청을 추가하며 원하는 제품의 범위를 효과적으로 좁혀나갈 수 있다. 또한, 마음에 드는 제품의 사진을 직접 찍거나 기존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유사한 스타일을 찾는 기능, 이미지와 설명을 조합하여(“이 가방과 어울리는 신발을 찾아줘”) 더 정교한 검색을 수행하는 기능도 포함되었다.
로비 스타인 구글 검색 제품 관리 부사장이 언급했듯, “텍스트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검색 요구”를 해결하는 이 기능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 더 이상 완벽한 키워드를 고민할 필요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면 AI가 시각적 결과로 화답하는 경험은 검색 행위 자체를 더욱 직관적이고 즐거운 과정으로 변화시킨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미래의 정보 탐색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
구글 AI 모드의 시각적 검색 기능 강화는 특히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 가장 즉각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은 브랜드, 제품명, 카테고리 등 명확한 텍스트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이미 알고 있거나, 정해진 필터 옵션 내에서 탐색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소비자가 영감을 얻는 단계에서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가 구매 여정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특정 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은 후에야 검색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가을에 어울리는 데이트룩”이나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조명”과 같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제안하는 다양한 스타일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쇼윈도 역할을 하며, 각 이미지에는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 링크가 직접 연결된다. 이는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자극하고, 영감을 실제 구매로 전환하는 과정의 마찰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바꿀 뿐만 아니라, 판매자와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도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한다. 첫째, ‘시각적 검색 최적화(Visual Search Optimization, VSO)’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기존의 검색 엔진 최적화(SEO)가 텍스트 키워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제품의 스타일, 소재, 분위기, 어울리는 코디 등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다각적인 이미지를 제공하고 관련 메타데이터를 충실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단순히 제품 사진만 올리는 것을 넘어, 해당 제품이 사용되는 라이프스타일 장면이나 다양한 코디네이션 이미지를 함께 제공하는 브랜드가 AI의 추천을 받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거대 브랜드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진 소규모 브랜드나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름이 아닌 ‘느낌’이나 ‘스타일’을 기준으로 검색하게 되면, 자본력이나 인지도와 상관없이 소비자의 미적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더욱 개인화된 소비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구글의 새로운 AI 모드는 이커머스 시장을 단순한 상품 거래의 장에서 ‘스타일과 영감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며,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창작, 교육, 그리고 소통의 지평을 넓히다
구글 AI 모드의 시각적 답변 기능은 쇼핑과 인테리어라는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학습, 그리고 소통 방식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기능은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창의적 영감을 자극하는 ‘생성형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 분야에서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들은 이 기술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의 속도와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소설가가 “사이버펑크 세계관과 빅토리아 시대 양식이 결합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줘”라고 요청하면, AI는 순식간에 다양한 컨셉 아트를 생성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 건축가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미니멀리즘 주택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고, 패션 디자이너는 “1920년대 재즈 시대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레스”의 초기 시안을 탐색하는 데 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시각 자료로 빠르게 전환함으로써, 창작의 초기 장벽을 낮추고 더 다채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교육 현장에서도 시각적 검색의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교사와 학생들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그려줘”라고 요청하거나,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 내부 구조를 3D 렌더링 이미지로 보여줘”라고 질문할 수 있다. 텍스트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과학적 원리나 역사적 장면을 직관적인 이미지로 접하게 되면 학생들의 이해도와 학습 흥미는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는 지식 전달 방식을 더욱 풍부하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교육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정 단어를 모르거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보 접근의 장벽을 허물고 디지털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발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따른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의 저작권 문제, 사실과 다른 이미지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 가능성, 그리고 AI 모델 운영에 따르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같은 윤리적, 환경적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기술적 보완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AI 모드의 이번 업데이트는 기술이 인간의 지적, 창의적 활동을 어떻게 보조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AI 상호작용의 미래를 향한 여정
구글 AI 모드에 도입된 이미지 답변 기능은 단일 업데이트를 넘어, 인간이 디지털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진화를 예고한다. 이는 우리가 기계의 언어(키워드, 명령어)에 맞춰 소통하던 시대를 지나, 기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대화, 이미지, 의도)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이번 변화가 시사하는 미래의 상호작용은 몇 가지 중요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첫째, 미래의 검색은 ‘질의응답’이 아닌 ‘협력적 탐색’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더 이상 정답을 찾기 위해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대신, AI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영감을 얻는 능동적인 파트너가 된다. 검색은 정보의 소비 행위를 넘어,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과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둘째, 인터페이스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번 업데이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음성, 영상, 나아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까지 검색 인터페이스에 통합될 것이다. 스마트 안경을 쓴 채 눈앞의 사물에 대해 질문하면 관련 정보가 시각적으로 오버레이 되거나, 특정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을 때 음성으로 명령하면 눈앞에 가상 가구가 배치되는 식의 경험이 일상화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정보 탐색을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 것이다.
셋째, 극도의 개인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AI는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취향, 스타일, 관심사를 깊이 학습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제공하는 시각적 답변과 추천은 점점 더 개인에게 최적화될 것이다. 이는 개개인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는 동시에, 사용자가 자신만의 ‘필터 버블’에 갇히게 될 위험성도 내포하므로, 개인화와 발견의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이번 혁신은 검색 엔진의 역할이 ‘세상의 정보를 정리하여 보여주는 것’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창의적 잠재력을 실현시켜주는 조력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각적 소통의 문을 활짝 연 AI 모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여정의 시작점이다.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AI와 함께 세상을 ‘경험’하고 ‘창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이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지, 그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기대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