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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EU AI 행동 강령 서명과 기술 패권

“규제냐 경쟁력이냐”
– 구글의 EU AI 행동 강령 서명과 기술 패권 전쟁의 전운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서명은 했지만, 환영은 아니다: 구글의 전략적 선택

2025년 7월 30일, 구글은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 규제 강령에 서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협조가 아닌, 기술 패권과 규제 리스크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내려진 고심 어린 선택이었다. 구글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행동 강령(Code of Practice)에 서명하며 EU AI법 시행에 앞서 ‘선제적 협력자’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공식 블로그에서 공개된 입장문은 환영이라기보다는 ‘우려 섞인 수용’에 가까웠다. 글로벌 정책 총괄 켄트 워커(Kent Walker)는 “초기 초안보다는 개선되었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유럽의 경쟁력 저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AI의 자유로운 개발과 배포 환경이 규제로 인해 위축될 수 있다는 산업계 전반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이다.

  1. ‘행동 강령’의 내용과 법적 맥락: 규제가 아닌 가이드인가?

EU의 AI 행동 강령은 오는 8월 2일 시행되는 AI법(AI Act)에 대비해 자율적으로 마련된 ‘비구속적 규범’이다. 법률적 강제력은 없지만, 유럽연합이 추후 강제 적용할 본격적인 규제의 ‘워밍업’ 성격을 띠고 있다. 주요 내용은 ▲AI 시스템과 서비스의 문서화, ▲불법 복제 콘텐츠로부터의 데이터 학습 금지, ▲저작권자의 요청 시 데이터셋 사용 중단 등이다. 겉보기에 이는 기술 기업들의 투명성과 저작권 존중을 유도하는 합리적인 규범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안에는 수많은 기술적, 법률적 함정이 숨어 있다. 예컨대 저작권자의 데이터셋 중단 요청에 응하면 모델 성능 저하나 알고리즘 퇴행이 우려되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기밀 노출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는 EU와 미국 간 법률 해석 차이, 특히 저작물 보호 기준에서 더욱 복잡한 이해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1. 기술 패권과 규제 리스크: 유럽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번 행동 강령이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을 갖는 범용 AI 모델(General Purpose AI Model)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오픈AI의 GPT, 구글의 Gemini, 메타의 Llama, 앤트로픽의 Claude와 같은 대형 생성형 AI 모델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단지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유럽 디지털 생태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EU는 이들 기업이 유럽 시민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거대 기술 독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행동 강령은 규제의 예고장이자, 규제 순응을 위한 ‘기술 윤리 실천계약’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유럽 내 AI 개발 환경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유럽의 자체 AI 역량을 미국, 중국에 뒤처지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1. 메타의 반대 선언과 경쟁 기업들의 셈법

구글, 오픈AI, 미스트랄은 서명했고 MS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 한 곳, 메타는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메타는 7월 초 행동 강령 서명에 불참을 선언하며 “EU 규제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메타가 우려하는 것은 ▲오픈소스 기반 Llama 시리즈의 자유로운 배포가 침해될 수 있고, ▲데이터셋 검열이 강화될 경우 모델의 발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는 자사의 기술철학을 “개방과 속도”에 두고 있으며, 규제보다는 혁신이 먼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기술 산업 전반의 방향성에 대한 철학적 분기점이기도 하다. 구글이 ‘정치적 협상력’을 선택했다면, 메타는 ‘기술적 자율성’을 택한 셈이다.

  1. 규제의 역설: 신뢰의 제도화인가, 경쟁력 저하인가

이번 행동 강령 서명은 단순한 절차적 요건이 아니라, 기술기업과 정치권력 사이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구글의 서명은 유럽 내 사업 확장과 공공기관 파트너십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켄트 워커가 지적했듯, “EU 저작권법과의 불일치”와 “영업기밀 노출 요구”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규제가 강화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혁신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기술 발전의 다양성과 속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유럽은 과연 ‘신뢰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율성의 둑을 쌓다가 경쟁력의 물꼬를 놓칠까? 이번 구글의 서명은 그 시험대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서명은 단지 한 줄의 동의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규범에 대한 주도권 다툼의 전조다. 구글이 선택한 것은 ‘우려 속의 참여’이며, 이는 ‘신중한 협상’의 전략으로 읽힌다. AI 규제는 이제 단순한 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권, 산업 경쟁력, 글로벌 협력의 복합적 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8월 2일 이후, 유럽과 AI 기업 간의 협력과 갈등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편집위원 이현우 교수

heir201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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